‘마케팅 강화를 통한 초격차 확대’ ‘신수종 사업의 빠른 안정화’
지난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반도체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부품 사업 부문은 마케팅 차별화를 위한 초격차(超格差) 확대 및 신수종 사업의 조기 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사업부 내 수장들의 면면이 대거 교체되면서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결합한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삼성 반도체 사업의 핵심이자 인사의 꽃인 메모리담당 사장으로 승진한 전동수 사장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전 사장은 메모리 제품 개발부터 시작해 상품기획 등의 업무 경험을 통해 메모리 사업의 전반을 꾀고 있는 전문가다. 또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본사 경영기획실에 근무하면서 미래전략과 사업기획 전반을 책임지는 ‘기획통’의 경력을 쌓았다. 특히 지난해에 자사 메모리의 강점을 극대화한 ‘그린메모리마케팅’을 론칭시키면서 드물게 부품 분야에서도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접목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향후 메모리 사업은 생산·제조를 기본으로 마케팅과 기획이 대폭 강화되면서 경쟁사와의 초격차 확대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남성 시스템LSI담당 사장이 승진한 것은 시스템반도체 사업 성과에 대한 보상과 향후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투자 확대 및 시장 확대를 견인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 등에 따라 올해 전년대비 30% 가까이 확대된 6조원의 매출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AT&T와 TI를 거쳐 2004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향후 삼성의 인사 키워드가 실력을 우선하는 개방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시스템LSI는 최근 부사장 체제로 운영돼왔으나 사장 체제로 바뀌면서 보다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수인 사장의 역할은 미래 신수종 사업의 빠른 안정화를 위한 포석이다. SMD는 내년 5.5세대 AM OLED 양산라인 구축 등 생산량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SMD가 전 세계 AM OLED 시장의 98% 이상을 석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만큼 차기 라인 안정화에 적합한 인물을 배치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전임 강호문 부회장이 2년여 간 조직 안정화 및 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데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라는 의미다. 조 사장은 1979년 입사 이후 메모리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것은 물론이고 화성 2, 3 공장 등의 성공적인 건설 등 생산량 확대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현재 탕정에 구축 중인 5.5세대 AM OLED 양산 라인의 조기 안정화를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초고속으로 승진한 김재권 사장이 삼성LED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된다. 글로벌 구매 및 마케팅 전문가인 김 사장은 향후 삼성LED의 조명 세트 사업의 조기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트와 부품 기업들 간의 넓은 인맥과 이해를 바탕으로 LED 사업이 AM OLED와 함께 향후 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자리잡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및 부품 계열사의 경우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본격적으로 하라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삼성의 부품 사업이 그동안의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획과 마케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유형준·양종석 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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