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을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경구다. 모공(謨攻)편에 나오는 이 말은 시대와 지역을 망라해 손자의 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나타낸다. 손자는 상대방과 치열하게 싸워 이기는 전술가를 가장 하급으로 쳤다. 대신 아군의 피해가 전혀 없는,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했다. 그 전술의 출발은 곧 나와 상대방의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며, 결국 `위태하지 않도록(不殆)`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 철학은 우리네 삶은 물론이고 치열한 비즈니스 전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SK하이닉스가 일본 엘피다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전략에도 싸우지 않고 이기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엘피다는 모바일 D램 기술 등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다. 하지만 6조원이 넘는 부채와 높은 고정비는 인수하는 업체가 치러야 할 전투의 일부분이다. 일본 정부와 현지 업계 원로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입김은 더 무섭다.

최태원 SK 회장은 본 입찰 참여를 철회한 배경으로 `전략적 판단`을 들었다. 시간 부족과 외부 업체와의 제휴 무산, 자금 여력 등도 배경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미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향후 판세를 놓고 봤을 때 엘피다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주인 없는 회사로 10여년간 겪었던 혹독한 시련이 충분한 경험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이는 곧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자신만의 무기와 체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를 제치기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하고 있을 즈음, 그때가 바로 기회다.

양종석 소재부품부 차장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