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유출 공방이 민사 소송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런던올림픽에 즈음해 55인치 AM OLED TV를 내놓겠다던 양사의 경쟁은 시장이 아니라 법정에서 지루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주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기소 이후인 16일에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수원지검 형사4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AM OLED 기술을 빼돌린 혐의(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로 조모씨 등 삼성 전현직 연구원 6명과 정모씨 등 LG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 LG 협력업체 임원 1명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6일 LG디스플레이에 공개적인 사과와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또 기술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를 고소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결과를 접하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OLED 기술력 부족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고위 경영진이 삼성의 기술과 핵심인력 탈취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자 및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인사 조치와 부당 스카우트한 인력에 대한 퇴사 등은 물론이고 최고 경영진의 사과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법적 검토를 통해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도 이날 오후 기자브리핑을 열고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측에서 언론배포 자료 등을 통해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을 마치 확정 범죄인양 호도했다”며 “우리가 OLED 기술 개발에 실패했다거나 조직적으로 인력을 유인했다는 사실과 다른 악의적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인사팀장과 기술직은 기소에서 제외되고 마케팅 등 비즈니스 담당자들만 기소된 사실만 봐도 기술 유출이라 보기 어렵다”며 “검찰 측에서 혐의로 잡은 일부 이메일이나 카톡 등의 내용 역시 영업비밀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방은 대형 AM OLED 핵심 기술과 인력을 최대 경쟁사에 뺏겼다는 삼성 측 주장과 조직적 기술 유출은 아니며, 유출된 정보도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는 LG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법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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