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소송에서 기술 전문가인 변리사도 변호사와 함께 공동으로 소송 대리인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리사에게 소송 대리인 자격을 줘 소송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리사 소송 참여를 막은 현행 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00면
크고 작은 특허 분쟁을 겪은 주요 기업은 한목소리로 변호사 주도로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받아들인다. 특허 소송은 기술적인 도움이 절대적인데도 정작 소송 대리인인 변호사는 해당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가스안전장치 업체 대표는 “공동 소송 대리인 제도를 마련해야 소송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변리사가 하는지, 변호사가 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경쟁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특허 소송을 진행한 반도체 장비업체 특허담당팀장은 “소송을 위해 변리사와 변호사를 각각 선임했는데 특허침해 대응 전략을 제시해도 변호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소송 중 재판부와 상대편 질문에 궁색한 대답뿐이었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기술분쟁에 변리사의 공동 소송 대리권을 인정한다. 일본과 중국은 특허 무효를 판단하는 `심결취소 소송`을 변리사 단독으로,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소송을 변호사와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로스쿨 제도를 운용해 특허 대리인 자격과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가진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가 소송대리를 담당한다.
정영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허 침해소송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이려면 공동 소송대리인 제도를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기술 수준에 적응할 수 있는 변리사가 직접 법정에서 진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에선 변리사법 입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헌재는 변리사에 특허 침해소송 대리인 자격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이동흡 재판관이 “소송 신속화와 전문화를 도모하고 소송 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충의견을 냈다.
변리사에게 특허 침해 소송 대리인 자격을 줄 것인지는 국회 몫이다. 대한변리사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가 국회를 설득해 변리사법 개정을 추진한다. 과총은 과학자·발명인·연구소 등 과학기술계에 특허권 보유자가 많다는 점에서 변리사법 개정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상목 과총 사무총장은 “변리사회와 함께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며 “소관위원회인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변리사회도 이상희 전 변리사회장을 중심으로 국회와 교류를 지속한다. 변리사회 한 관계자는 “대표 발의자로 누가 나설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