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우리나라 삼성전자나 일본의 소니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 기업을 키워내지는 못했지만 부품공급망과 위탁생산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중·일 3국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 버금가는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부품 개발 기술력과 생산 능력까지 갖췄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간 협업체계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우리나라와의 교역량도 세계 6번째 규모에 달한다.
신동북아시대 대만이 무엇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중국과의 관계에 있다.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조력자 대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올해도 대만은 IT제품의 수출부진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이 생산하는 IT제품 중 70%는 해외로 나간다. 지난해초 3%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면서 큰 충격에 빠졌지만 올해도 크게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전망이다.
PC산업이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기기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애플·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 브랜드의 독식이 심화되는데 따른 탓이다. HTC·아수스텍 등이 고전을 겪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HTC가 MS 등 글로벌 기업과 맺은 제휴가 빛을 발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TSMC를 주축으로 한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은 상대적으로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의 전략적 제휴에 힘입어 TSMC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반도체 미세공정 투자에 투입하는 기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분쟁 과정에서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줄이고 TSMC로 이동한 덕분이다. 지난해 TSMC는 일본 후지쯔 반도체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일본·중국 기업들과 잇따라 손잡는 쾌거를 올린 디스플레이 산업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기업과 경쟁하는 치메이·AU옵트로닉스 등이 일본 소니와 제휴를 확대하는 등 수혜를 입고 있다.
`오픈 셀` 방식 LCD 패널 시장 확대로 부품 공급길이 열린 중견·중소 부품 업계도 기대감에 부풀었다. 오픈 셀 방식은 패널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BLU) 등을 별도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품 경쟁력을 갖춘 대만 기업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소니와 손잡고 OLED TV 개발에 나선 AU옵트로닉스도 성과가 주목된다. 혼하이는 샤프, 애플과 손잡고 `애플TV`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과 중국 TV기업과의 협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완제품 기업들은 합종연횡으로 덩치를 불리고 있다. 경쟁 PC 제조업체 에이서를 인수한 아수스텍은 PC시장 글로벌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구글과 협력해 내놓은 `넥서스7`도 야심작이다.
양장석 KOTRA 타이완 무역관장은 “대만은 PC산업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을 향한 관문(The Gateway to China)`으로서 한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