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장비, 기술과 시장 차별화로 승부걸때

해외 시장을 무대로 땀흘려온 국산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매출과 수익 모두 호조세를 나타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재편으로 설비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대다수 장비 업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날아온 낭보다.

이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차별화`다. 경쟁기업들을 물리칠 수 있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살려온 것이 성과로 돌아온 것이다. 국내에서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발을 넓힌 노력의 결실이다.

차별화로 성공한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지난해 초부터 글로벌 반도체장비 업계에 합종연횡 바람이 불면서 공룡기업들이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빠른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신기술 선점을 위한 목적이라지만 기존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노광기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온 네덜란드계 업체인 ASML은 지난해 세계 반도체장비 업계 선두를 10년 만에 제치고 업계 매출 1위에 올라섰다.

국내 반도체장비 업계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의존도가 높다. 두 대기업이 긴축 투자에 나서면 장비 업계는 매출이 곧바로 줄어드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년째 PC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메모리반도체 업계도 불투명한 전망 탓에 반도체장비 투자를 줄였다. 지난해 신축된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은 한 곳에 불과하고 기존 공장들도 라인 증설에 소극적이었다. 그나마 모바일 시장 확대로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액세스포인트(AP) 생산 라인은 상대적으로 늘어났으나 메모리 장비에 집중돼 있는 국내 장비업체들은 큰 수혜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 국내 장비 업계는 대기업 그늘에서 안주해온 탓에 해외 시장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래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제는 기술을 차별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승부를 걸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