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중소 반도체장비업체 APTC와 손잡고 300㎜ 웨이퍼용 폴리 건식식각기(드라이 에처) 국산화에 성공했다. 폴리 건식식각기는 노광기와 함께 반도체 미세공정을 진전시킬 핵심 장비로 꼽힌다. 램리서치·어플라이즈머티리얼스·도쿄일렉트론 세 회사가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우리나라 반도체장비 기술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린 개가로 평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APTC와 공동 개발한 폴리 건식식각기 두 대를 최근 청주 공장에 설치했다.
이 장비는 32㎚ 공정에서 0.6㎚ 편차 수준으로 해외 경쟁사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 경쟁력은 외산 장비보다 10~15% 높다. SK하이닉스는 곧 20㎚대 공정 테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장비업체들은 200㎜ 웨이퍼용 건식식각기를 일부 국산화했지만, 300㎜ 시장 진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플라즈마 소스를 해외에 의존하며, 체임버 설계 능력도 뒤처지는 기술 한계 탓이다. APTC는 유도자기장(ICP)과 전기장(CCP)의 장점만 취합해 독자 기술로 듀얼 ACP(Adaptive Coupled Plasma)라는 새 플라즈마 소스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2년 전 SK하이닉스에 장비 적용을 제안했으며, 두 회사가 2년 동안 필드테스트를 진행했다.
양산 검증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는 우선 APTC가 공급한 장비 두 대를 청주 메모리반도체 라인에 적용하고, 신규 라인에도 채택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국산화한 폴리 장비는 가장 고난도 분야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로직 반도체 생산에도 쓰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4년 300㎜팹인 M10을 처음 가동한 이래 50여개의 장비·재료를 국산화했다. 전 공정 투자 중 국산 장비 비율이 15%를 넘어섰다. 재료 국산화도 지난 2011년 50%를 넘는 결실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APTC의 기술력과 SK하이닉스의 국산화 의지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났다”며 “어디까지 장비 국산화를 진척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건식식각기
게이트·트렌치 등 반도체 회로 패턴 형성에 쓰는 장비다. 반도체 표면 위 불필요한 부분을 플라즈마로 제거하는 원리다. 건식식각기는 재료에 따라 폴리·옥사이드·메탈 세 종류로 나뉜다. 폴리·옥사이드 시장은 반도체 미세회로 기술 진전으로 급성장하는 반면에 메탈 시장은 반도체층 감소로 매년 위축된다. 세계 시장은 지난해 기준 5조원 규모다. 우리나라는 세계 건식식각기 시장에서 15~18% 비중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