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세계는 다시 제조업이다

세계가 제조업에 주목한다. 과거엔 기술 선진국이 후진국에 이관하는 대표적 산업이었다.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선진국, 2차 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후진국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 각국이 제조업 기반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다.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까지 다시 불러들인다. 실제로 해외로 빠져나갔던 미국 거대 제조기업들이 생산공장을 본국으로 옮기는 유(U)턴 투자가 빠르게 늘었다. 이 때문에 제조업 홀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미국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물론 신흥국의 투자 여건 악화가 가장 큰 배경이다. 하지만, 정치적 입지인 `표`와 직결되는 고용 창출 수단으로 제조업은 10년 만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미국을 떠났던 냉장고 세탁기 공장이 다시 돌아온다. PC 생산거점까지 회귀했다. 일본도 최근 산업부활플랜을 세워 기업 활동 환경 개선에 나섰다. 특구창설, 에너지 환경, 의료 등 성장분야 규제완화와 자금지원 및 감세를 추진한다. 조만간 산업경쟁력강화법(가칭)을 제정, 제조업 설비투자 확대 및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적자금까지 활용할 방침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속에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굳건하다. 세계 경제에서 동아시아권이 급부상한 것도 제조업의 힘이다. 대표적 제조기반 산업인 반도체만 봐도 자명하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북미·유럽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한국을 거쳐 중국과 기타 신흥국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장기간 멈춰선 메모리산업에 다시 과거 전통 선진국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제조업을 다시 본다. 제조업은 과학기술과 ICT의 기반이자 산업 생태계 토대다.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구축한 명성은 국가 브랜드의 격을 높였다. 이제 새로운 산업분야 진출의 연결고리가 됐다. 제조업은 미래 과학기술·IT의 기반이자 산업 생태계상의 든든한 버팀목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고용 창출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 동월 대비 8개월 연속 늘어났다. 제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고용 창출 효과가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깨는 통계다.

정부는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며 `유(U)턴기업` 정책을 편다. 조만간 일부 대기업들도 U턴 품목과 해외 생산 품목을 구분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려면 미국과 일본처럼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육성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제 성장 동력은 기업과 산업 주체들로부터 나온다. 창조경제 성공 여하도 사실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에 달렸다. 기술제조업에 대한 구체적 육성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