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가뭄' 장기화 조짐…이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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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비 투자가 올해도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스마트 기기 이외에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시장이 생기지 않은데다 반도체 업체들은 당분간 가격 안정세에 따른 실익을 누리겠다는 모습이어서 점유율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장비 업계는 2년 넘게 이어진 설비 투자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엔저 현상까지 겹쳐 생존 전략 마련에 안간힘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투자 금액을 최소화한다는 방침만 정하고 아직 최종 투자 금액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시안 70억달러(약 7조8078억원), 경기도 화성 17라인 2조2500억원, 미국 오스틴 39억달러(약 4조3337억원)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안 공장 일부 시설 착공 외에 추가 설비 발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신규 투자는 거의 없다. 청주 M12 낸드플래시 라인 추가 증설 외에는 투자 계획이 없다. D램 물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PC용 D램 라인은 최근 수익성이 뛰어 올라 모바일 D램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시기를 늦췄다. 이익 경영 방침에 따라 당분간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는다.

반도체 설비 투자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최근 수요를 이끌던 스마트 기기 시장도 서서히 포화 상태에 이르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43%로 2011년 64%보다 줄었다. 올해는 선진국 시장 스마트폰 성장률이 1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D램 가격이 안정된 것도 설비 투자 확대에는 악재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 연말 재고 물량이 소진되고 대만·일본 등 메모리 업체가 감산한 이후 D램 가격이 상승하면서 살아남은 업체들이 생존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이 상황을 최대한 오래 지속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비 업계는 골 깊은 불황의 늪을 헤어 나가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증설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화성 17라인 공사가 연기되면서 장비를 반입할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외에 국내 투자가 없다는 것도 장비 업계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엔저 현상 탓에 일본 장비 가격이 근래 30% 가까이 떨어지고 중국 현지 장비 업체도 삼성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장비로 사업 다각화를 하는 한편 소재 등 신사업을 찾고 있다”며 “대만·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투자 추이

자료:IC인사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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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