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제조사·판매점 보조금발 위기에 신음

휴대폰 보조금 단속, 약인가 독인가

보조금발 위기로 휴대폰 제조사와 대리점·판매점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말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인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사임하며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박 부회장 사임과 동시에 팬택은 직원 3분의 1에 해당하는 800명이 6개월간 무급 휴직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상황에 따라 6개월 후에 순차 무급휴직이 될 수도 있다.

팬택이 위기를 맞은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부진이다. 하지만 결정적 계기는 국내 시장 위축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50%를 넘던 수출 비중이 지난해 43%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30% 이하가 되면서 내수 의존비율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이후 강화된 휴대폰 보조금 단속이 국내 시장 위축을 가져왔고, 팬택에겐 직격탄이 됐다.

팬택 관계자는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단속만 강화하면서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됐다”면서 “이 (보조금) 문제가 얼른 해결돼야 시장도, 제조사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국내 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328억원이었지만, 2분기에는 절반 수준인 612억원으로 급락했다. 3분기에도 2분기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는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얼어붙은 시장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선 휴대폰 판매점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규모는 30% 정도 축소됐지만, 이익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보조금 축소는 곧 판매점 마진 감소이기 때문에 단말기 1대를 판매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확대되고, 판매점 마진이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단속 이후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보조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만 키운데 있다. 휴대폰 유통업계도 지금처럼 불안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다.

한 판매점 사장은 “고객이 매장에 와도 높은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지 않는다”면서 “언젠가 보조금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단말기 재고 부담으로 판매점이 자체적으로 돈을 주면서 고객을 유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