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 다시 불붙였다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 20나노 D램 양산을 선언하며 끝나는 듯했던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차세대 D램 선행 개발 의지도 밝혀 현재 개발 중인 3차원(D) 제품을 포함한 향후 D램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11일 삼성전자는 이달 ‘20나노 4Gb DDR3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나노 D램은 지난 201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25나노 D램보다 30% 이상, 30나노급 D램보다 2배 이상 생산성이 각각 높다.

삼성전자는 독자 기술을 이용해 기존 설비만으로 20나노 D램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고 최소형 4기가비트 D램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개량형 이중 포토 노광기술을 이용해 기존 포토장비로 20나노 D램은 물론이고 차세대 10나노급 D램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10나노급 차세대 D램 제품을 앞서 개발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저전력 20나노 D램은 PC 시장에서 모바일 시장까지 빠르게 비중을 확대하며 반도체 시장의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차세대 대용량 D램과 그린메모리 솔루션을 선보여 글로벌 고객과 함께 세계 IT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놓고 묘한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얼마 전 SK하이닉스가 낸드 플래시 16나노 미세공정 전환을 선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D램 20나노 공정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몇 년간 메모리 업체들은 미세공정 경쟁을 자제해왔다. 치킨 게임 이후 몇몇 선두 업체들만 남은 상황에서 굳이 메모리 공급량을 늘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나노대 D램 공정에 명확한 숫자 대신 x, y, z 등 세대별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 20나노 D램 양산 선언 이후 두 회사 간 암묵적 ‘담합’은 깨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메모리 3강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회사 간 미세공정 기술 경쟁은 향후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세 회사 모두 종전까지 25나노 공정에서 D램을 생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수준이 비슷하지만, 마이크론은 25나노임에도 구리 공정 도입이 늦어 D램 성능이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20나노 혹은 22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20나노 D램 양산 선언에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D램 미세공정 경쟁이 과거와 다른 점은 신규 투자 없이 기존 설비로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0나노 D램을 생산하려면 종전 더블 패터닝(DPT) 공정 대신 쿼드러플(QPT) 노광 공정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DPT 노광 공정을 쓰되 일부 반도체 소재를 바꿨다.

시장의 관심은 D램 미세공정이 10나노대로 진입할지다. 대다수 전문가는 10나노대 D램 공정보다는 실리콘관통전극(TSV)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10나노대 공정에서 D램을 생산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전기 특성이 좋은 신소재가 필요하고, 노광 공정도 극자외선(EUV) 혹은 QPT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노광 공정이 두 배로 늘어나면 D램 제조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미세공정을 통해 D램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TSV를 구현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준·이형수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