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전년 대비 10% 넘게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공정 산업 성장은 더디다. 디스플레이 역시 후방 산업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미래 기술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제주대 첨단기술연구소는 지난 22~24일 사흘간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한국진공학회·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와 ‘제4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 포럼’을 열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연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초청연사로 참석한 마루야마 토시오 일본반도체장비협회장(어드반테스트 회장)은 반도체 장비 시장이 ‘레드오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연 평균 성장률이 1985~2000년 15%에 달했지만 이후로는 3.5%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마루야마 회장은 “일본 반도체 장비 산업도 최근 3년간 매출액이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현재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오션’에 놓여 있다”며 “미래 수요를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사물인터넷(IoT) 같은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고문은 “오는 2020년엔 100억대에 이르는 기기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점치고 바이오센서, 메디컬 이미징, 커넥티드 헬스케어, 스마트 그리드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존 산업을 넘어서고, 타 산업과 융복합을 통해 신시장과 신사업을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희국 LG 기술협의회 사장은 나노 기술에 주목했다. 이 사장은 “미세공정과 성장률 둔화라는 벽에 각각 부딪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나노 기술로 돌파구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힘을 보탤 방침이다.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전자부품과장은 “메모리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취약했던 시스템 반도체와 장비·소재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 반도체 소자 개발, 모바일 CPU 코어 국산화 등의 지원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회의원(새누리당)은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미래 기술 개발 전략을 공유하며 함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