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가 ‘특허괴물(Patent Troll)’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에 공동 대응한다. 특허침해 소송과 경고장 발송시 사전 요건을 강화하는 규정 등을 마련해 각국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협회(WSC)는 지난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국을 비롯해 대만·미국·일본·중국·EU 6개 회원국 협회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연례 사장단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WSC 사장단 회의는 매년 상반기 열리는 것으로 이 자리에서 도출된 내용은 하반기 정부 간 협의체 GAMS(Government·Authorities Meeting on Semiconductor)에서 다시 논의된다.
WSC 사장단은 최근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특허괴물로 변질되는 추세에 대응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수많은 첨단 기술이 활용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특허침해 소송이 남발되면 개별 기업을 넘어 전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WSC는 특허침해 소송 요건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송의 사전 단계인 특허침해 경고장 발송 요건도 엄격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간 반도체 업계는 소송뿐 아니라 경고장만 받아도 정상적인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WSC는 국제 특허소송에서 패소자 부담 원칙(fee shifting system)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허소송을 제기한 측이 패소 시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무분별한 소송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업계가 공동으로 특허와 품질 향상 등에 관한 연구에 힘쓰기로 의견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소송 대응에 관해 업계가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했다.
반면 관심을 모았던 MCO(Multi-Component IC) 무관세화 논의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WSC는 지난 2005년 반도체를 적층한 멀티칩패키지(MCP) 무관세화에 합의한 후 능동·수동 소자 등을 통합한 MCO로 무관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무관세화에 동의하는 상황이지만 중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SC 6개 회원국은 이번 회의 내용을 자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각 국 정부는 업계 의견을 검토한 후 오는 10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GAMS에서 해당 정책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다. GAMS에서도 합의가 이뤄지면 각 국별로 후속 정책 및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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