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삼성은 ‘오너자본주의’의 승리로 요약된다. 이건희 회장을 정점으로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이 주효했다. 반도체와 같은 기간산업에서는 대규모 선제적 투자가 이어졌다. 애플에 뒤졌던 스마트폰 분야는 군대문화와 스피드경영을 통해 따라 잡았다. 창조적 혁신은 없었지만 야전침대와 빨리빨리 문화는 전세를 뒤집었다. 결과론적으로 미국 방식의 단기적 주주가치 실현보다는 ‘선성장, 후분배’ 경영방침은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졌다. 삼성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민기업 반열에 올랐다. ‘국민기업 삼성’이라는 프레임을 놓고 봤을 때 삼성리스크를 국가 차원에서 조명해 볼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이른바 ‘삼성리스크 관리론’이다.
삼성리스크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작업부터 보자.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위한 외부 경영환경이 예사롭지 않다. 금융기업과 일반 기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금산분리’, 순환출자구조 제한 움직임,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 경영권승계 및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법·제도는 보다 강화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 있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되기 힘들다. 정공법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방향이 불투명한 가운데 최근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 개입론 역시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논란과는 별도로 우리경제의 리스크 분산, 혹은 관리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7.71%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역할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단일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리스크는 대략 두 가지 정도다. 우선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더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경우다. 우리경제의 삼성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리경제는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늘어나지만 삼성의 영향력 역시 거침없이 커진다. 대한민국은 좋든 싫든 삼성전자라는 뇌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대마불사론이 지배이데올로기가 되면서 삼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삼성 문제를 통찰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오너자본주의가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적잖은 국민들은 이재용 부회장(JY) 시대에도 지난 75년간 이어져 왔던 오너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1998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왔을 때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 경영진이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면 국민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어찌됐든 삼성 의존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삼성리스크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잘되는 상황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무소불위의 ‘삼성공화국’ 같은 상황이 돼서는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