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성전자 실적을 보고 세계가 경악했다. 동요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삼성은 유례없이 별도의 ‘설명자료’(explanatory note)까지 내놔야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토대로 대삼성 투자 시 반드시 짚어봐야 할 다섯 가지를 선정, 테크 블로그에 14일 밝혔다.
FT는 중국 시장에 대한 삼성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외 투자자가 요구하고 나선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은 승계 작업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헬스케어 등 핵심 신수종 산업에는 삼성이 별다른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중국에서의 고전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의 40%가 판매되는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삼성은 샤오미나 레노버 등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린다.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1년 말 25%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 현재 18% 선에 머물러 있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2분기는 중국 시장이 느리게 움직이는 시기”라고 말했으나 넘쳐나는 재고량을 고려하면 삼성의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애플과의 힘겨운 싸움
유럽시장에서 갤럭시S5의 고전은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지향하는 삼성에 큰 타격이다. 삼성은 지난 4월 갤럭시S5 출시 직후 한 달 만에 1100만대를 출고(통신사 대상)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대상 실제 판매량은 의구심이 여전하다.
삼성은 하반기 이후 갤럭시 노트, 패블릿 등 신제품이 속속 출시되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애플도 야심작 아이폰6 등 새 제품을 쏟아낸다. 반전을 기대할 만큼 낙관적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
해외투자자가 요구하는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맞물려 있다. 삼성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 2년간 급증, 3월 말 현재 61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은 거의 없어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원성을 사왔다.
이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승계가 끝난 뒤 상속세 마련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배당금과 바이백이 활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반도체 부문의 향배
최근 삼성전자의 성장은 스마트폰 사업이 이끌어 왔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만 지난해 영업이익의 70%를 창출했다. 하지만 불과 4년 전만 해도 반도체 부분이 회사 수익의 60%를 담당했다. 삼성의 메모리 칩은 여전히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NAND와 D램 분야에서 삼성은 세계 최대 제조업체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스마트폰과 달리 발빠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수성이 가능한 게 반도체기 때문이다.
◇신수종사업의 성패
삼성은 스마트와치 등 웨어러블 제품과 스마트홈 분야에서 애플을 앞질러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신수종사업의 핵심인 헬스케어 등 의료 분야에선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투자자들이 현금 배당 등을 요구할 때마다 삼성은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는 삼성이 청사진을 내놔야 할 때라는 것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