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다음 달 사장급 임원 구조조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갤럭시S5발 실적 악화에 따른 경질 조치라는 게 삼성전자 안팎의 시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휴대폰을 맡은 IT·모바일(IM)사업부뿐만 아니라 소비자가전(CE)·부품(DS) 부문도 구조조정에 해당하는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17일 업계·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핵심 임원진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은 다음 달 초나 말께가 유력하다.
우선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5 부진 책임을 물어 개발과 마케팅 핵심 임원진 교체가 거론되고 있다. 사장급 인사 두 명의 실명이 언급되는 등 교체 폭이 예상외로 클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 사람이 너무 많다. 특히 무선사업부 국내 임원이 너무 많다”며 “최근 실권이 부사장에게 넘어왔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렇다면 그 윗선은 모두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IM사업부 조정 인력 일부는 삼성디스플레이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구조조정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개발부문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많다”며 “책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도체 쪽은 이미 두 달 전 사장급 인사가 진행된 상태여서 후속 임원 인사 수준으로 단행될 것이라는 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기는 연말로 예상됐지만 다음 달로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에 비해 부진한 시스템LSI사업부를 개편하는 방향이 예상됐다. 지난 5월 김기남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 전영현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을 메모리사업부장으로 각각 선임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불필요한 조직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담당 임원들의 이동과 보직 축소가 점쳐지고 있다.
선전하고 있는 TV·가전의 CE사업부도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있다. TV부문은 8년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했고 올해도 1위 달성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정 폭이 없거나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가전 부문은 수익성이 올라오지 않아 조정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준배·이호준·오은지기자 joon@etnews.com
[뉴스해설]
“이재용(JY) 부회장이 책임지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업계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인사설은 원활한 JY 체제로의 경영승계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JY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선사업부의 실적 악화는 JY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인력 구조로는 실적 반전이 어렵고 조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인력이 너무 많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거대해진 조직”이라며 “올해 실적은 2012년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인력은 여전히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수준에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그룹 미래전략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조치라는 평가도 들린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지난해 말 스마트폰 시장 성숙기 진입에 따른 인력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IM 쪽에서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징계성 의미로 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단행된 인사 조치가 미흡했다는 평가도 들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으로 재직하던 박용기 전무를 무선인사팀장으로 발령 냈다. 정금용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부사장)이 지난달 삼성전자 인사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과 거의 동시에 무선사업부 인사팀장도 교체됐다. 기존 무선인사팀장을 맡았던 조호석 전무는 교육을 보냈지만 사실상 경질조치로 해석됐다.
이때부터 무선사업부 내 조직 개편 작업이 예상됐다. 미래전략실 정금용 인사지원팀장이 나온 자리를 정현호 전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이 맡은 것도 그동안 사업과 조직을 재평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최근 2~3개월간 신종균 사장을 대신할 차세대 주자를 찾고 있다는 설도 끊이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미국·유럽 등에서 불거진 ‘갤럭시S5’ 스마트폰 카메라 품질 문제에 대한 감사가 보류되는 등 변화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실적이 급감한 상황에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