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자동차 업계 비수기다. 휴가 여파로 연중 차가 가장 안 팔리는 시기여서 이슈도 많지 않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신차 출시가 줄을 이으면서 흥미로운 여름이 예고된다. 기아차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선두권 업체들이 이달 말부터 기대작들을 잇따라 선보인다. 이를 신호탄으로 연말까지 20여종이 넘는 국산·수입 신차들이 쏟아지면서 내수 시장 쟁탈전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반격’
기아차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신형 쏘렌토’를 내놓는다. 신형 쏘렌토는 단순한 신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아차는 올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신차 가뭄으로 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을 갉아먹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6월 점유율이 사상 최저 수준인 63%(승용·SUV 기준)까지 떨어졌다. 기아차로선 인기 모델인 신형 쏘렌토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기아차는 이 차에 큰 공을 들였다. 아웃도어 인구 급증에 호응하기 위해 차를 늘리고(90㎜) 실내공간도 넓혔다(축거 80㎜).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고장력 강판(AHSS) 적용 비율을 53%까지 끌어올렸다. 기아차 SUV로는 최초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혹독한 주행시험까지 거쳤다. 5일 렌더링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실내 디자인은 ‘모던 & 와이드’를 콘셉트로,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공간감 넘치는 프리미엄 준대형 SUV의 느낌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가 지난 6월 말 출시한 신형 카니발은 이미 신차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차는 7월에만 8700여대가 팔렸다. 덕분에 기아차는 다섯 달 만에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형 쏘렌토의 가세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현대차는 4분기에 준대형 신차 ‘AG(프로젝트명)’를 출시할 예정이다. 5월 부산모터쇼에서 외관이 공개된 것을 제외하곤 온통 베일에 가려 있다. 전륜 구동 세단이며, 제네시스와 그랜저 중간 크기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미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는 현대차는 AG까지 성공하면 수입차에 대항해 강한 방어막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말 출시가 예정돼 있다.
◇수입차, 파상공세 계속…SUV·디젤 인기 여전
수입차는 브레이크 없는 고속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6월에만 1만7800여대가 팔려 월간 최고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2010년만 해도 이 정도를 팔려면 세 달은 걸렸다. 상반기에만 9만4000여대를 팔았다. 8월 이후에도 질주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차 시장 선두다툼을 벌이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먼저 포문을 연다. BMW는 SUV 모델인 신형 X3와 X4를, 벤츠는 소형 SUV인 신형 GLA클래스를 8월 중 출시한다. 두 차 모두 디젤과 가솔린 모델로 각각 판매된다. X3와 X4는 업계 1위 업체의 SUV 모델이라는 점에서, GLA클래스는 벤츠의 첫 소형 SUV 모델이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 포드가 소형 SUV 링컨 MKC를 하반기 출시하며 푸조 2008, 시트로앵 C4 피카소, 크라이슬러 지프 체로키, BMW X6 등 다수의 SUV 제품이 대기하고 있다.
디젤이 대세지만 그럼에도 눈에 띄는 출시 예정작들이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닛산 ‘캐시카이(Qashqai)’다. 닛산이 국내에 선보이는 첫 디젤 차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유럽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 감각적인 외모를 갖춘 이 차는 2007년 첫 출시 이후 세계에서 200만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슈퍼카 브랜드인 마세라티가 하반기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 디젤 모델을 내놓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하이브리드 기대작 출시
친환경차 분야에선 기대를 모은 하이브리드카 출시가 이어진다. 하이브리드카이면서 스포츠카라는 ‘부조화의 조화’를 이뤄낸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이 대표적이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이 차는 파격적인 디자인에 걸맞은 최고출력 362마력의 괴력을 갖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며, 최고시속 250㎞로 달릴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레이저 헤드램프는 최대 조사거리가 600m에 달한다.
도요타는 렉서스 NX300h 하이브리드 모델을 10월 출시한다. 렉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소형 SUV로 주목받는 이 차는 2.5ℓ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고성능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잡는데 주력했다. SUV 중에서도 소형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추세에 어울리는 이 모델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관심거리다.
포르셰는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배터리 성능이 이전보다 다섯 배 이상 좋아진 이 차는 전기모터만으로 최고시속 135㎞를 낼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5초만에 주파하며 최고시속은 270㎞나 된다. 그러면서도 유럽 연비측정 기준 가운데 하나인 NEDC 기준 100㎞당 연료소비량을 기존 7.1ℓ에서 3.1ℓ로 크게 줄였다.
<20140805000061>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