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 육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감사한 일인데, 실질적으로 와 닿는 일부터 해주면 안 될까요?”
최근 만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의료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자며 정부가 뛰어들고 있지만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의 이유는 이랬다.
“부처나 지자체 담당자들은 의료 관련 기업을 유치하려 애를 쓰겠지만 투자 여력이 넉넉지 않은 국내 의료 분야 기업들이 얼마나 호응할 수 있을까요. 서로 곤란하고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심의로 비용 부담과 홍보 기회를 빼앗는 광고심의 같은 규제를 풀어 기업 활동을 북돋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보다 불필요한 규제는 하루 빨리 풀어 부담을 덜었으면 좋겠다는 호소다.
의료산업계를 취재하다보면 이런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요즘처럼 스마트기기,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지고 의료 분야에 접목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규제나 제도에 가로막혀 생기는 불편은 특히 더한 것 같다. 한 예로, 지난 2012년 의사협회가 손잡아 보급을 다짐했던 한 통신사의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은 의료법에 저촉된다는 유권해석에 발목을 잡힌 일이 있었다. 의료정보는 병원 내 보관돼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는데, 전문가인 의사들도 잘 몰랐다는 얘기다.
최근 의료 산업과 관련한 규제 개혁 논의가 많다. 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필요하다. 특히 국민 건강과 관련된 부분은 기준을 보다 철저히 마련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하면서 발목을 잡는 모호한 잣대는 정리돼야 한다. 특히 현재의 기준과 비록 충돌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는 기술과 시도에 대해서는 과감한 수용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 지금의 규칙과 제도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논의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발전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