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코란도 투리스모’는 SUV의 스타일과 세단의 안락함은 물론이고 다양한 활용성까지 갖춘 프리미엄 MLV(Multi Leisure Vehicle) 콘셉트로 출시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출시 첫해 국내서 1만대 판매를 돌파해 쌍용자동차 내수 판매 증가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11인승과 9인승 모델로 구성된 미니밴으로 뛰어난 실용성이 첫 손에 꼽힌다. SUV보다 넉넉한 탑승 및 적재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 한남대교 남단부터 신탄진에 이르는 경부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단,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6인 이상 탑승해야 한다. 올 추석 연휴 기간동안 2014년형 코란도 투리스모 9인승 모델로 미니밴의 실용성을 체험해 봤다.
2014년형 코란도 투리스모는 기존 모델에 주행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탑승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모든 트림에 속도감응형 파워 스티어링휠(SSPS)이 새롭게 적용됐다. SSPS는 차량 주행 속도를 감지해 휠의 무게감에 변화를 주는 기능이다. 주차 및 저속주행 시에는 적은 힘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할 수 있고, 고속주행 시에는 묵직한 조향감을 제공해 안정성을 부여한다. 실제 주행하면서 느낀 SSPS 기능은 편안한 조작감으로 운전의 피로도를 상당히 줄여줬다. 전장이 5미터에 달하고 공차 중량도 2톤이 넘는 육중한 몸매를 갖췄지만 운전자가 차체를 제어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회전 반경도 이전 모델보다 줄어 여성 운전자도 보다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주행성능도 뒤지지 않는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최고출력 155마력(4000rpm), 최대토크 36.7㎏·m(1500~2800rpm)의 한국형 디젤엔진 e-XDi200 LET(Low-end Torque)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저속 토크 중심으로 설계돼 한국 지형과 도로 상황에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시승 기간 내내 700㎞가 넘는 고속도로와 시내 주행, 그리고 비포장 시골길에 이르기까지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구간은 거의 없었다. 또 급회전과 과속방지턱 통과 시 승차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포장 도로에서의 승차감은 만족할 수준이다.
특히 디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소음진동(NVH) 성능을 구현한다. 출발 및 주행 중 급가속시에도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 같은 소음진동 성능 개선을 위해 파워트레인 진동을 저감시키는 부품(아이솔레이션 댐퍼)과 저점도 엔진오일 등이 적용됐다.
9인승 모델에는 벤츠의 E-Tronic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이 자동변속기는 차량 주행상태와 운전자 주행의지를 감지해 최적의 변속 시점을 찾아내고, 고속주행 시 우수한 연비를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동모드 전환 시에는 레버 좌측에 위치한 팁(Tip) 스위치를 이용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또 수동 변속 스위치는 스티어링휠 좌우에 버튼 식으로 장착돼 있는데, 조작감은 조금 아쉽다. 수동 전환 시 레버를 아래 위로 직접 조작하거나, 스티어링휠 뒷면의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는 드라이빙의 맛은 떨어지는 셈이다.
다양한 시트 구성이 가능한 실내 공간의 만족도는 크게 흠 잡을 구석이 없다. 4열로 구성된 시트는 플랫, 폴딩, 더블폴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9인승 모델의 경우, 2열의 가운데 좌석을 없애 3, 4열로 이동이 수월하다. 또 2, 3, 4열을 모두 접을 경우, 적재 공간이 3240ℓ에 이를 정도로 공간 활용성도 뛰어나다.
실주행 연비는 표시 연비보다 조금 떨어졌다. 연료를 가득 채우고 740㎞ 구간을 운행한 끝에 표시된 연비는 10.3㎞/ℓ로 복합연비(11.3㎞/ℓ)보다 리터당 1㎞가 떨어졌다. 하지만 여섯명의 탑승자와 적지 않은 짐을 싣고 시골 국도 구간도 짧지 않게 주행했음을 감안하면 크게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진가는 정체된 고속도로 구간에서 나타났다. 명절 기간에 주차장처럼 변한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 본 운전자라면 버스 전용차선을 씽씽 달리는 미니밴을 보며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 코란도 투리스모에 6인의 탑승객을 싣고 귀성 및 귀경길의 정체를 피한 경험은 미니밴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함께 탄 가족들의 만족도와 칭찬은 ‘덤’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