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현대차그룹, 2018년까지 자율주행 양산 체계 갖춘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길게는 30여년 이상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 또 완성차와 부품 업체는 물론이고 정부까지 적극 나서 원천 기술 확보에 매진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같은 기술 경쟁력이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근래에 들어서야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또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춘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지원도 미흡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2~3년내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출시하고, 현대모비스도 2018년까지 자율주행 부품 및 시스템 양산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선 셈이다. 이제 핵심 센서 국산화를 비롯한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산·학·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초 자율주행 기반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융합시스템연구팀을 신설했다. 기존에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하던 팀을 확장 개편했다. 이 팀은 레이다 및 영상 센서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물론이고 V2V 및 V2I 통신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 차량 자체의 자율주행 관련 부품과 함께 외부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 전반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인 셈이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와 협업하면서 자율주행 전반에 걸친 그룹 차원의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융합시스템연구팀)은 “ADAS를 중심으로 확보한 부품 기술을 자율주행으로 확대하고 인지, 판단, 제어 등 각 영역에서의 기술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2018년까지는 자율주행 부품 및 시스템 양산 체계를 갖춘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18년을 전후해 자율주행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뿐 아니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센서 국산화까지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차량용 영상 및 레이더 센서는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 국내 부품업체들이 ADAS 시스템을 양산하고는 있지만, 핵심 부품인 센서 단계로 들어가면 국산화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만도의 77㎓ 장거리 레이더 센서 국산화는 돋보이는 성과로 평가된다. 만도는 6년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차량용 충돌 방지 레이더 센서를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업체는 레이더 센서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물체 감지 신호처리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 개발한 센서는 전방 차량 또는 보행자와의 충돌 시점을 사전에 예측해 경보를 보내거나, 긴급자동제동(AEB) 명령을 수행해 사고를 원천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또 야간이나 악천후, 운전자의 부주의 등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을 감지하기 위해 77㎓ 대역의 전자파 송수신 회로 제어 및 물체 감지 신호 처리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레이더 센서는 향후 자율주행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만도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레이더 센서는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의 초석이 되는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2018년 이후 전방 물체 감지 외에 전측방 및 후측방 물체 감지까지 가능한 전방위 충돌 방지용 레이더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크게 인지, 판단, 제어 단계로 구분된다. 레이더 센서는 차량의 다양한 위치에 탑재돼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정확한 센싱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과 차량을 제어하는 첫 단추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고성능 센서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하는 이상,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고 해도 완벽한 기술 자립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핵심 센서 국산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정태영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영상 및 레이더 센서를 중심으로 생산 내재화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며 “늦어도 2020년부터는 핵심 센서를 양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0년을 전후해 우리나라도 양산형 자율주행 차량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주요 선진 브랜드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지만, 핵심 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과)는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원천 기술 개발은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대학들의 연구 수준과 완성차 업체들의 시스템 통합 능력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며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의 연구개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