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내륙지역이 세계 반도체 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진출 러시를 보인데 이어 후방 산업도 서서히 모여드는 조짐이다.
상하이데일리는 유럽 최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AT&S가 중국 충칭에 4억4700억달러(약 4919억2350만원)를 투자한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T&S는 반도체 패키지 공급처가 몰려 있는 이 지역이 ‘전략적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2만5000㎡ 규모의 기판 공장을 지어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AT&S는 지난 반기 매출액 3억210만유로(약 3324억6105만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2840만유로(약 312억5420만원)로 지난 2012년 같은기간보다 29.5% 성장했다. 규모는 작지만 첨단 반도체 실장이 가능한 고사양 PCB를 주로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마이크로·TI 등 미국·유럽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과 주로 협력해 왔다.
충칭은 삼성전자가 가장 앞선 공정인 3차원(3D)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시안과 가깝고 아날로그반도체 1위 업체 TI,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CSMC 등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모인 지역이다. SK하이닉스도 충칭에 메모리 패키지 라인을 건설해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세공정 낸드플래시 패키지를 그곳에서 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메모리 1·2위, 아날로그반도체 1위 업체가 중국 서부내륙에 터를 잡으면서 후방 산업도 중국으로 몰리는 추세는 국내 중견 PCB 업체에는 악영향이다. 국내 PCB업계는 스마트폰용 주기판(HDI) 수요 둔화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래선 확대를 고민해왔다. 반도체 멀티칩패키지(MCP), 플립칩(FC)·칩스케일패키지(CSP) 같은 고부가가치 PCB로 업종전환을 하면서 겨우 부진을 만회했다. 하지만 중국에 고객사가 밀집하면서 고사양 기술마저 중국에 노출시킬 우려가 있다. 이미 저사양 PCB는 중국 업체가 세계 시장을 거의 석권했다.
중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자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7% 커졌다. 2126억위안(약 233조9663억원)에 달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