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현장 행보가 활발하다. 제조업 혁신을 테마로 정하고 지난 11일에 이어 16일에도 중소기업을 찾았다. 그 사이 저소득층 밀집 지역을 방문해 에너지 효율 개선을 점검하고 봉사활동도 했다.
윤 장관의 현장 행보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2013년 3월 취임 이후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철학 아래 기회 되는대로 현장을 방문했다. 정책 점검 차원만은 아니었다. 윤 장관은 대형 이슈가 터질 때면 현장 방문을 돌파구로 삼았다.
멀게는 재작년 여름 송전탑 건설 문제가 확산되자 아예 밀양으로 현장 방문을 겸한 휴가를 떠났다. 가깝게는 지난해 말 한수원 해킹 위기상황이 발생하자 크리스마스 연휴를 원전에서 보내며 현장을 지켰다. 올들어 한수원 사건이 잠잠해지자 바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윤 장관은 ‘일 잘하는’ 장관으로 꼽힌다. 굵직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따라 성사시키고, 제조업 위기론 등 현안이 있으면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현 정부 ‘장수’ 장관이 된 것도 누구보다 강한 실무 능력과 대응력 때문이다. 산업부 출신 한 인사는 “윤 장관이 부하 직원으로 있을 때는 내가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윤 장관이 알아서 일을 잘한다는 뜻이다.
윤 장관의 현장 행보를 두고 뒷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잘 짜여진 각본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이 벌어졌을 때 장관이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도마에 오를 일이니 이왕이면 현장을 챙기는 쪽이 나아 보인다.
어느덧 윤 장관은 장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임시직원’으로 불리는 대기업 임원 못지않게 불안정한 자리가 장관직이긴 하지만 올해 산업·에너지 현장에서 윤 장관이 어떤 액션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물론 그것이 ‘할리우드 액션’이 아니라는 전제가 뒷받침된다면 말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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