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분야에서도 ‘다품종 소량생산’ 바람이 불고 있다.
부품 제조업체들은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기능, 독창성이 가미된 디자인, 타깃 소비자에 맞는 사용자경험(UX) 등 구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쓰임새에만 역점을 두고 천편일률적으로 대량생산되던 전자부품이 이제는 소수 고객의 취향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크기별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 같은 ‘소품종의 대량생산’ 품목에서만 강점을 보인다. 지금의 경쟁력을 미래까지 이어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면 시스템반도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용 부품 등으로 주력사업을 확장하는 맞춤형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그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해서는 기획과 연구개발(R&D), 생산공정, 재고관리와 마케팅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유연한 생산체제’를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고 여러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부품을 다품종 소량생산하려면 개발 및 관리비 부담이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본궤도에 오르면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은 물론이고 고객 충성도도 높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스마트·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은 대부분 규격화돼 있다. 규격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등 후발주자에 빠른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독창성을 강조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경쟁사의 거센 도전을 따돌리려면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수다. 우리 산업계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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