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증세와 복지 논쟁

[데스크라인]증세와 복지 논쟁

사회복지제도는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나 소득을 정부가 제공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노후 소득보장과 빈곤예방을 위한 연금제도, 산업재해나 실업에 대비한 사회보험제도, 질병예방을 위한 건강보험제도, 저소득층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공공부조제도, 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 등이 대표적 사회복지제도다.

사회복지로 인간은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빈곤을 경감할 수 있다. 또 사회 구성원의 평등을 증진하고 사회 통합을 촉진한다. 이로 인해 사회는 안정되고 개인은 성장과 개발을 도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 복지 확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공짜는 없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돈을 써야 하는데 정부는 수입원인 세금으로 복지정책을 충당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경제를 고려할 때 세수확대는 쉽지 않다. 경기침체와 경제구조 변화 때문에 이번 정부 들어 국세 수입은 큰 폭으로 줄었다. 경상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세금이 덜 들어오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총수입의 약 60%를 차지하는 국세(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관세 등) 수입은 지난해부터 2060년까지 연평균 4.0% 증가해 명목 GDP 증가율인 4.1%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14∼2035년의 국세수입 증가율은 5.2%를 기록하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력 저하가 가속화되면서 2036∼2060년의 증가율은 2.9%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총지출 중 의무지출은 복지분야 지출이 크게 늘면서 연평균 5.2%의 높은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의무지출 대비 복지분야 지출 비중은 2014년 42.2%에서 2060년 54.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는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증세라는 정공법을 택하기보다는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개편 등 ‘꼼수’로 세수확대를 꾀하다 대통령 지지율 20%대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선공약을 지키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한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조차도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복지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증세를 할 것인지 아니면 세수감소에 맞춰 복지를 축소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 것이다.

증세 선택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세금을 늘려 적극적으로 복지정책을 추진하면 서민은 직접적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세금에 조세 저항이 있고 근로자의 노동의욕과 기업가의 투자의욕 감소로 경제의 장기적 침체를 발생시킬 수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세금을 늘리면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선택적 복지 등 물이 새고 있는 구멍은 없는지 재정 지출에 대해 냉정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우려되는 것은 증세와 복지 논쟁에 파묻혀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정책이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은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답이 없는 증세와 복지에 매몰되다 보면 경제는 위축되고 결국 세수 확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중요한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정답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