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특허전쟁, HW에서 SW로 확전

[이슈분석]특허전쟁, HW에서 SW로 확전

글로벌 특허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기업 대 기업 간 분쟁에서 한발 나아가 특허괴물(NPE, 특허관리전문회사)의 무차별 공세가 시작됐다.

에릭슨, MS 등 표준특허를 많이 보유한 기업이 NPE화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역공에서 자유롭고자 제조 부문 사업에서 손을 떼고 IP 관련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분쟁대상도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 관련 특허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은 최근 애플을 상대로 자사 특허 41개를 근거로 침해소송 아홉 건을 제기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국제무역기구(ITC)에 미국 내 아이폰, 아이패드 판매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애플은 2008년부터 라이선스 계약으로 에릭슨 특허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특허가 만료된 후 로열티 협상이 틀어지면서 특허전쟁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1월 중순 애플이 먼저 에릭슨 LTE 특허 지위권이 과도하게 높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후 에릭슨이 고속 무선 통신 기술 특허 도용 소송을 걸며 반격했다.

문제가 된 특허는 2세대(2G) 및 4G·롱텀에벌루션(LTE) 관련 기술, 반도체 구성뿐만 아니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 SW, 위치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등 iOS 운용체계가 제공 중인 기능이다. 기존에 논란이 됐던 통신칩 관련 특허에서 SW 특허로 특허전쟁이 확산된 셈이다.

에릭슨은 스마트폰 제조 부문을 매각한 뒤 지난해 1월 특허괴물 ‘언와이어드플래닛’에 자사 특허 2000여건을 매각하면서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업체를 압박하고 나섰다. 에릭슨은 현재 특허 포트폴리오 3만500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슈분석]특허전쟁, HW에서 SW로 확전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미국 내 SW 관련 특허 분쟁은 지난 2007년 2000여건에서 2012년 6000여건으로 세 배 증가했다. 이전까지 SW는 다소 부가적 요소로 인식돼 HW 특허보다 인식이 낮았지만 역할이 커지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연간 SW 부문 특허 등록건수는 2013년 기준 4만건 이상으로 10여년 전보다 갑절 이상 늘었다. 그 당시 SW 특허를 싼값에 사들였던 특허괴물의 공격도 가속화하고 있다. SW 특허는 특성상 권리 범위가 광범위하고 특정할 수 없어 특허괴물이 선호한다.

여기에 최근 특허괴물은 IT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전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며 활개를 친다. 미국에서는 대법원이 SW 특허를 비롯한 특허권 남발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배심원 평결 등 대법원 평결 이전에 결론을 짓는 사례도 나왔다.

세계 최대 특허괴물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는 지난달 보안 솔루션 업체 시만텍(Symantec)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이겨 1700만달러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IV는 지난 2010년 시만텍 보안 SW가 자사 이메일 보안 및 데이터 보안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IV는 최소 3만여건에서 많게는 6만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소송 대신 기업 투자를 유도해왔지만 지난 2010년부터 직접 소송에 발을 들였다.

이는 특허괴물이 배심원 평결에서 승소한 첫 사례기도 하다. 이전까지 특허괴물들은 ‘특허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라는 부정적 인식 탓에 배심원 평결에서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지난해 IV와 모토로라모빌리티 간 공판도 배심원 의견이 엇갈려 미결정으로 끝났다.

애플도 지난달 말 특허괴물 스마트플래시가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5억329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데이터 접근 및 저장,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결제 시스템 등 모두 SW에 관련된 특허가 논쟁의 대상이었다. 애플 측은 당시 특허괴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유리한 평결을 받아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국내 최대 IT기업인 삼성전자도 주요 공격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순께 미국 해리슨 카운티 연방법원에서 통신 관련 특허를 주력으로 하는 특허괴물 렘브란트에 1570만달러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았다. 논란이 된 특허는 블루투스 관련 기술이다.

[이슈분석]특허전쟁, HW에서 SW로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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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