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주요 기술력에서 경쟁자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부진즉퇴(不進卽退)’라 했다. 지속적 투자와 연구개발(R&D)로 한발 이상 앞서가는 전략을 반드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메모리 반도체는 ‘초격차’가 뚜렷하다. D램에서 유일하게 20나노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낸드플래시 3D V낸드 기술도 아직까지는 삼성만의 영역이다. 낸드플래시 차세대 주도권이 eMMC에서 UFS(Universal Flash Storage)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후발주자 도전은 계속된다. 미국 마이크론과 인텔은 최근 초고밀도 3D 낸드플래시 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협업 디자인그룹을 짜는 한편 미국 유타주에 조인트벤처까지 세웠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삼성의 128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에 맞서 올 연말까지 384Gb TLC 샘플 제품을 만들어낼 계획도 밝혔다. 일본 도시바는 기억소자를 48단으로 쌓은 3차원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올 하반기부터 양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해 경쟁 우위를 점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분야에서도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세계 파운드리 1위업체인 TSMC가 새 기술로 거센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을 무기로 천문학적 투자를 예고한 중국 업체의 도전도 주시 대상이다. 시스템반도체를 넘어 D램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 우선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과 3D 적층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원칩 솔루션 대응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를 결합한 원칩 솔루션 ‘ePOP’를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세트제품이 ‘경박단소’화 하면서 반도체 원칩화는 큰 방향이다. 향후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통합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메모리 경쟁력과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동시에 보유한 삼성전자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새로운 반도체 기술구현은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며 “삼성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부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주변 장비·소재기업 등 좋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