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고 메모리 분야 독주체제가 굳어졌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의 실적 개선도 구체화되고 있다. 시쳇말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오랜 치킨게임이 마무리되면서 영업환경이 안정적이다. 메모리는 독보적 기술력을 갖췄고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연구개발(R&D)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약점으로 꼽히던 시스템반도체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호조 속에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파운드리도 주요 업체 가운데 최근 가장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한다. 종합 반도체 1위인 인텔과 매출 격차도 역대 최소로 좁혔다. 종합 반도체 1위 등극도 이제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업황 호조, 실적도 쑥쑥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에서 30조7180억원 매출에 8조774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도 반도체가 회사의 캐시카우 자리를 굳건히 하며 실적 악화를 최소화했다.
올해 기대치는 더 높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에서만 매출 49조4560억원, 영업이익 16조13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두 배에 가까운 영업이익 예상이다.
실적 개선의 근거는 시장 상황에서 출발한다. 세트산업에서 점점 고용량·고전송을 위한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도 반도체 새 시장을 개척할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현재 점유율만 꾸준히 유지해도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시장 평균치에 안주하지 않는 삼성전자다. 올해 화성 17라인(D램, 시스템반도체) 본격 가동에다 평택에는 별도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도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 핵심전략은 선제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마케팅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일부 적자를 감내하며 경쟁사를 제압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신기술을 꾸준히 내놓는 것이 삼성 반도체 힘”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경쟁사와 격차 더 벌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3년부터 22년째 메모리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는 D램에서 41.4%, 낸드플래시에서 27.9% 시장점유율로 당당히 1위를 지켰다.
삼성이 자랑하는 20나노 D램과 3차원 V낸드는 아직까지 경쟁사가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미세공정으로 전력소모를 줄인 20나노 D램은 삼성 반도체 핵심 제품으로 손꼽힌다. V낸드 역시 다른 경쟁사가 아직까지 기술에 근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화를 이뤘고 한 발 이상 앞서있다.
저장장치 주도권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메모리에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에게는 큰 기회다. 향후 낸드플래시 차세대 주도권은 eMMC에서 UFS(Universal Flash Storage)로 이동할 전망이다. 후발주자도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삼성전자 뿐이다.
◇시스템·파운드리는 추가 성장 핵심동력
삼성이 올해 크게 기대하는 분야는 역시 시스템반도체다. 메모리에 강점이 있지만 삼성은 시스템반도체에서는 평범한 사업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삼성 시스템LSI사업부는 최근 수 년간 적자를 내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자체 개발한 AP인 ‘엑시노스7420’이 AP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퀄컴의 신제품 ‘스냅드래곤810’과 직접 경쟁할 만큼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사 스마트폰에도 퀄컴 칩에 의존했던 삼성전자다. 하지만 신형 갤럭시S6 초기 물량에는 전량 자체 AP가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AP 수요처 확대와 함께 CMOS이미지센서(CIS) 등의 시스템반도체에서 획기적 성과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는 올 2분기부터 시스템LSI 사업부가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한다. 시스템반도체 부활은 메모리에만 크게 의존하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균형을 잡아줄 새로운 날개 하나를 얻는 것과 같다.
14나노 핀펫, 3D 적층 등 미세·첨단 공정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이는 자연스럽게 파운드리 매출 확대로 이어진다. 삼성은 지난 2010년 3억9000만달러 규모였던 파운드리 매출 규모를 지난해 24억1200만달러까지 끌어올렸다. 4년간 연평균 57.7%의 고성장세다.
주요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성장률 면에서 단연 ‘톱’이다. 올해는 특히 14나노 공정 강점을 살려 애플 차기 AP인 A9 상당량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퀄컴 칩 생산도 삼성전자가 기존 거래업체인 TSMC로부터 물량을 대거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