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비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에 이어 삼성전자가 빠르게 부상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유럽 NXP반도체가 미국 프리스케일을 인수해 인피니언과 르네사스테크놀로지를 누르고 이 분야 1위로 올라섰다. 분야는 다르지만 시장 규모와 성장성이 큰 만큼 비메모리 기업 간 순위 경쟁에도 변화 조짐이 크다. 부상하는 사물인터넷(IoT)도 판도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기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인텔과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AP와 통신모뎀 칩으로 비메모리 사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연내 AP와 모뎀칩을 하나로 합친 ‘ModAP’도 선보일 전망이다. 세계 AP 시장의 60%를 점유한 퀄컴 입지가 강력하지만 올해 일정 수준의 점유율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삼성은 비메모리 사업이 훈풍을 타면서 전체 실적에서 인텔을 넘어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인텔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모뎀칩으로 퀄컴과 경쟁 중이고 AP와 모뎀을 통합한 ‘아톰X3’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정조준했다. 사물인터넷 시장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이며 성공사례를 발굴하는 데도 열심이다. PC에 이어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선도 기업 입지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대만 미디어텍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퀄컴에 이은 세계 AP 2위 기업이다. 최근 스냅드래곤 성능 문제로 곤욕을 치른 퀄컴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AP를 납품하려는 시도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중요성이 부각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유럽과 미국 기업 격전지다. 전통적으로 독일 인피니언과 일본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1·2위를 다퉜지만 5위인 네덜란드 NXP반도체가 4위인 미국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면서 순식간에 NXP가 1위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NXP와 프리스케일은 약 40억달러 매출 기업으로 1위에 올라섰다. 르네사스(30억달러), 인피니언(27억달러)이 뒤를 잇는다. D램과 비메모리를 모두 합친 세계 반도체 시장 순위도 10위로 뛰어올랐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우리 팹리스 기업이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핵심 제어 부문용 칩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인포테인먼트 부문에서 해외 기업과 나란히 경쟁하는 사례가 일부 있지만 이 시장 상위로 올라서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모바일용 핵심 칩이나 자동차용 반도체 모두 기술 난이도가 높고 오랜 연구개발을 버텨낼 체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시장에서 이 분야 선도 기업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