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 길게는 4년 주기로 새 국회의원을 뽑고, 의원들은 상임위원회에 들고 난다. 짧게는 1년 주기로 9월에 정기국회를 열고, 통상 짝수 달에 임시국회를 연다. 여기까지는 형식의 반복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내용까지 반복한다. 선거철이 되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새 공약과 다짐을 내놓지만, 임기가 끝나는 4년 후 돌아보면 지켜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정기국회나 임시국회를 앞두고는 여야 모두 민생과 현안 처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입을 모으지만, 회기가 끝날 때는 다음 회기로 넘어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6일 본회의를 끝으로 회기가 종료되는 4월 임시국회도 반복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생법안과 현안에 대한 해결을 기대했지만, 역시 일부만 정리되고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벤처와 스타트업업계가 원하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크라우드펀딩법)’, 하도급법 범위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 등이 본회의까지 올라간 것은 성과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금융위원회 설치법 등 다수의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법안은 사실상 다음 국회로 넘겨졌다.
수년을 끌어온 700㎒ 주파수 할당 논의도 미뤄졌다. 당초 지난달 3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원회가 700㎒ 주파수 용도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 의원총회 일정 때문에 다음 임시국회로 연기됐다.
‘반쪽국회’, ‘식물국회’, ‘파행국회’ 등 여론이 질타해도 바뀌는 것이 없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회 스스로 바뀌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다음 임시국회에선 국회 운영 효율성과 의정활동 예측 가능성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제안된 국회운영제도 개선안부터 논의하는 것은 어떨까. 국회가 구태의연한 반복에서 벗어날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