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PC로 성장한 인텔, 모바일서 제2도약 노린다

PC보완...사물인터엣, 데이터센터용 칩 노린다

인텔이 창립 이후 사상 최대 인수를 단행한 것은 줄어드는 PC 시장 매출을 새로운 시장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다. 23년 연속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거머쥔 아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야심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 보유기업이라는 자존심도 한몫했다.

[이슈분석] PC로 성장한 인텔, 모바일서 제2도약 노린다

인텔은 지난 1968년 창립 이후 폭발적인 PC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했다. 최근 몇 년간 PC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위기론이 제기됐다. 시장 중심축이 모바일로 이동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1위 기업 아성을 무색하게 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사업 부문별로 성장세는 고르지 않았다.

지난해 인텔은 559억달러 매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익은 전년 대비 22% 늘어난 117억달러다.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그룹을 비롯해 PC사업도 되살아났지만 모바일 부문은 전년 대비 85%나 감소했다. 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미래 동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텔은 새로운 성장 동력 핵심으로 사물인터넷을 앞세웠다. 기존 보유한 프로세서, 보안,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등의 기술을 한데 집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흐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새로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결과 이 시장에서 1위를 달성했다. 부족한 모바일 부문 사업을 보완·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뒤 올해 전면에 내세운 것은 모바일용 AP ‘아톰 프로세서’다. 고성능부터 저가형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성능별 제품을 갖춰 뒤처진 스마트폰 AP 시장에 뛰어들었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신제품 주기가 짧고 변화가 빨라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상대적으로 힘들다. 인텔로서는 낯선 사업 형태다.

후발주자 인텔은 고성능 시장보다 규모가 크지만 선두 경쟁이 덜 치열한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현지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 록칩과 손잡고 AP를 생산하는 것도 파격적인 사업 전략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은 현지 팹리스가 생산하는 AP를 장착할 정도로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반도체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국으로서는 인텔과의 협력이 반갑다.

사상 최대 금액을 투자한 알테라 역시 사물인터넷 시장을 정조준한 결정이다. 다양한 사물을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데이터가 발생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필수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기술 성장의 핵심을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서 찾았다.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에 FPGA를 적용하는 게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FPGA는 수시로 칩 기능을 변경·업그레이드해야 하는 통신 시장을 비롯해 자동차, 군사, 항공 등 산업용 시장에서 주로 사용했다. 전력 효율성이 기존 주문형반도체(ASIC)보다 높고 단가가 저렴한 장점 때문에 데이터센터에 많이 적용한다.

인텔 역시 기존 보유한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분야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알테라의 FPGA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는 2020년까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3분의 1 이상이 FPGA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별개 칩으로 제공하는 CPU와 FPGA는 향후 단일 칩으로 통합할 것이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FPGA 시장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8.1% 성장해 오는 85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