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를 반기는 만큼 우려 목소리가 큰 곳은 반도체와 게임 업계다. 중국 투자자의 막대한 자금력이 매력적이지만 혹시라도 뒤통수를 맞을까 걱정하는 게 현실이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 투자자금이 국내 유입하면 자칫 우수 기술만 뺏기고 기업 육성은 소홀히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은 대부분 한국 기업보다 기술력이 높다. 한국 기업이 이들과 손잡고 해외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은 우리보다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른 시간 내에 기술을 습득하려는 일환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중국 기업은 당장 필요한 기술이나 제품군을 확보하는 데 치중할 뿐 투자 기업과 화학적 융합을 꾀하는 상생 성장 전략은 뒷전이라는 시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국내 투자하는 사례를 보면 현지 시장, 산업 정보, 해당 기업 핵심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흐름을 살피며 준비한 뒤 파트너를 제쳐두고 직접 사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중국에 기술만 뺏기고 이른바 ‘팽’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임 업계는 현실적으로 중국 자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시각을 견지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 유입은 업계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2012년 이후 국내 게임·모바일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7000억원이 넘는다.
최근 주류를 이루는 모바일게임은 개발자금은 물론이고 지상파 TV 광고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마케팅 자금까지 요구된다. 자본력이 부족한 게임사 입장에서는 중국 투자자와 접촉하는 것이 가장 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게임·콘텐츠 산업이 중국 자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자본이 계속 유입되면 우리 기업이 결국 중국 투자자가 원하는 콘텐츠만 만들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대표적인 창조 산업이 특정 국가 자본에 의존하는 그릇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해외 자본 유입이 불가피하다면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EU 등으로 투자처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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