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판매를 계기로 인간형 로봇의 실용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인간형 감성인식 로봇 `페퍼`를 20일부터 판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로봇 사업을 위해 대만의 전자기기 수탁 제조업체인 훙하이(鴻海)정밀공업(팍스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과도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소프트뱅크의 로봇 사업 자회사에 각각 20%를 출자했고 제조와 개발, 판매에 협력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페퍼의 애플리케이션(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지난 2월 300대를 미리 공급했다. 일반인 상대로는 소프트뱅크 계열의 모바일 상점 2천700개와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이어 올가을에는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업용 로봇도 판매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전세계 판매도 나선다.
일반인 대상의 페퍼 판매 가격은 대당 19만8천 엔(약 177만원·세금 별도)이다. 올해 생산 대수는 1만대 정도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에 따르면 페퍼는 초등학교 저학년생 정도의 크기로, 사람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인식하고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손정의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초의 감정을 가진 로봇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페퍼는 인공지능과 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스마트폰처럼 앱을 설치할 수 있으며, 인터넷 클라우드 시스템 등과 연계한다.
예를 들어 페퍼는 앱을 활용해 노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약 복용을 잊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가 하면, 몸의 이상을 감지해 알려주기도 한다. 은행 창구나 패스트푸드 판매점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는 것도 가능해 일손 부족이 우려되는 분야에서 이용할 만하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개발자들이 만든 앱을 중심으로 페퍼의 활용 범위를 더욱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현재는 제조원가가 판매 가격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양산을 통해 채산성을 맞춘다는 것이 소프트뱅크의 대응책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경제산업성 등을 인용, 일본 내 로봇 시장이 올해 1조5천억 엔(약 13조4천억원)에서 2035년에는 10조 엔(약 90조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산업용 로봇의 증가율이 18%로 예상되는 데 비해 인간형 로봇의 증가율은 13배로 예상될 만큼 성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런 낙관적 전망에 힘입어 미국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일본의 히타치제작소 등도 로봇 산업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로봇을 스마트폰에 이은 성장 산업으로 주목해 재해 대응·의료 등 폭넓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인간형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2013년에 구글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는 잔해에 파묻힌 사람들의 구출에 활용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과 수술 지원 로봇 개발을 목적으로 제휴했고 일본 도쿄대학 졸업생들이 창업한 로봇 벤처 등도 인수했다
아마존은 2012년에 로봇 벤처기업인 키바시스템스를 7억7천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이 회사가 개발한 로봇을 상품 배송 작업에 투입했다.
로봇 개발에서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히타치제작소도 2018년을 목표로 공생형 로봇을 실용화할 계획이다. 센서와 인공 지능을 강화하는 연구에 2천 명의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인간형 로봇은 음성과 화상 인식과 처리를 포함해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가 요구되고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정리한 기업들의 인간형 로봇 실용화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 1996년 = 혼다, 두 다리를 걷는 로봇 `아시모` 프로토타입 발표
▲ 1999년 = 소니, 애완견 형태의 로봇 `아이보` 발매.
▲ 2012년 = 소프트뱅크, 프랑스 로봇 기업 알데바란 인수
▲ 2013년 = 미국 구글, 도쿄 대학 로봇 벤처 및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인수
▲ 2014년 = 일본 돌보미 로봇 개발회사인 사이버다인, 도쿄증권거래소 마더스 시장 상장
▲ 2015년 = 소프트뱅크, 인간형 로봇 페퍼 일반 시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