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심박센서·산소포화도측정센서 등 헬스케어 기능을 쉽게 접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오는 7월부터 단순 건강관리 용도 제품은 의료기기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관리용 웰니스 제품 구분관리기준안을 마련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기준안 핵심은 사용 목적과 위해도에 따라 웰니스 제품과 의료기기를 구분 짓기로 한 것이다. 일상 건강상태나 생활습관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면서 사용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낮은 기기나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돼 의료기기 관리 및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체지방·심박수·호흡량·산소포화도 등을 모니터링하는 건강관리 목적 자가 측정 기기,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의 자가 관리 목적 혈당측정기와 혈압계 등이 웰니스 제품에 해당한다.
기준안은 융·복합 기술 발달로 의료기기와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심박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 논의 촉매제가 됐다.
심박측정 기능만 놓고 보면 의료기기에 속하지만 병원에서 진료나 진찰에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의료기기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후 산소포화도측정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는 등 기술 발달로 의료기기 논란이 반복되자 규제 개선 필요성이 커졌고 기준안 마련으로 이어졌다.
이번 조치로 융·복합 제품 개발 부담은 일단 완화될 전망이다. 진료나 진찰 등 의료용이 아닌 일상 건강관리 목적의 위해도가 낮은 제품은 의료기기에서 제외돼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대상이 되면 허가심사, 품질관리기준(GMP) 등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허가 기간만 최소 1년 이상 소요되고 허가 준비 비용도 1억5000만~4억원이 든다.
헬스케어 관련 융·복합 제품을 개발, 제조하는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에 적잖은 부담 요소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식약처는 접수 후 10일 내에 웰니스 제품 여부를 회신, 빠른 제품 출시를 돕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남아 있고 현재의 융·복합 추세를 모두 아우르지 못해 추가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현 기준에 따르면 동일한 기능의 웨어러블 기기라도 개인이 쓰면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되고 병원에서 사용하면 의료기기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애플워치를 만약 병원에서 사용하면 의료용이 목적인만큼 의료기기로 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병원과 연계해 새로운 건강관리 서비스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국내외서 일고 있지만 기준안에서는 이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하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처음 논의가 불확실성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아는데 결국 또다시 식약처 유권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밖에 규제 완화 영향으로 중국 등 외산 의료기기가 웰니스 제품으로 판로를 개척,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식약처는 의견을 수렴해 최종 웰니스 제품 구분관리기준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일환으로 지난 22일 오후 서울지방청에서 공청회를 가졌다. 하지만 확정일이 이달 29일이고, 시행은 다음 달 1일을 계획해 현재 원안이 달라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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