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CE인증 강화로 국내 의료기기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은 독자 관심을 받았다.
의료기기 제조사에 근무한다는 한 독자는 “몇 개월이면 받던 인증이 지금은 1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말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실태 파악을 위해 인증기관(NB)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자리에서도 유럽연합 관리 강화와 이에 따른 인증 지연과 수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다만 이 같은 문제는 현재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나라들도 겪는다는 설명이다.
CE인증 문제를 취재하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수가 인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이번 사태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동안 컨설팅 업체를 거쳐 쉽게 받다 보니 의례적 절차로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 CE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경고가 3~4년 전부터 제기됐다. 이를 귀담아듣지 않다가 지금의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은 뼈아팠다. 수차례의 경고 메시지를 무시한 결과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기 기업 규제 대응이 얼마나 미흡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CE인증 문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기기 인허가가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앞으로 규제 대응 인력 등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더 기업 생존을 위협할 것이란 얘기다.
공은 우리 기업으로 넘어왔다. 변화에 대비하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기업, 특히 경영자 인식 변화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