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램버스, 팹리스로 거듭... 자체 칩 내놔

미국 반도체 설계자산(IP)업체 램버스가 독자브랜드 칩을 내놓는다. IP에 이어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업체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램버스 로고.
램버스 로고.

램버스(Rambus)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독자브랜드 칩 판매 계획을 공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주요 외신이 18일 보도했다.

램버스가 내놓을 제품은 서버 시스템 성능을 개선하도록 설계된 반도체군이다. 메모리와 연관된 통신 기술을 접목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출시할 제품은 서버에 연결된 모듈 속 메모리 칩을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 버퍼(data buffer)’ 관련 제품이다. 버퍼는 메모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를 잠깐동안 저장해 지연 현상을 최소화한다. 칩 제조는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마리오 모랄스 시장조사업체 IDC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칩을 보완하는 서버용 칩은 연간 2억5000만~3억달러 가량 공급된다”고 추정했다.

패트릭 무어헤드 무어인사이트&스트래티지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성능을 빠르게 하려면 버퍼를 활용해야한다”며 “업계 수요를 감안하면 사업이 크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램버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소송과 관련된 IP 라이선스 사업을 다양한 층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향후 다른 제품군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201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로날드 블랙 램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매우 유연하게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액은 3억달러(약 3555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법적 전략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 반도체 업계 이목을 끌었다.

램버스는 지난 1990년 설립돼 메모리 칩을 빠르게 움직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칩을 자체적으로 팔지 않고, 라이선스 체결을 통해 다른 반도체 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주 고객사였다.

이후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 기술을 널리 채택했다. 워낙 보편화돼 지난 2002년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연방대법원은 2009년 램버스 손을 들어줬다. 이 기간동안 램버스는 IP를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사용료를 내길 거부하는 낌새를 보였던 탓이었다. 국내에선 SK하이닉스와 특허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동시에 램버스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섰다. 특허 라이선스와 기술에 대한 매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2011년 암호화 기술에 특화된 크립토그라피리서치(Cryptography Research)를 3억4250만달러(약 4059억원)에 인수했고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바탕으로 한 조명 사업도 시작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