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TV부터 이미지센서까지 소니 역사의 획을 그은 제품에는 항상 한발 앞선 기술이 있었다. 세간에서 소니를 ‘기술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완제품은 물론이고 광학, 반도체와 같은 부품까지 만들며 영상·음향(AV)에서 소니만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기초 기술 중요성은 소니가 어린이 과학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다.
도쿄 오다이바 ‘소니 익스플로러 사이언스(SES)’는 어린이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입장과 함께 관람객을 맞이하는 150인치 대형 스크린에는 일본 전통의상, 캐릭터 등 여러 템플릿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아이들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AR 미러’다. 소니 카메라에 들어가는 과학기술과 소니 프로젝터 제품을 응용해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다.
SES에는 소니 기술을 이용한 27개 과학 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다. AV 기술기업답게 영상, 스피커, 카메라, 프로젝터 등을 이용한 ‘라이트존(영상)’ ‘사운드존(음향)’으로 구성했다. 두 관람객의 웃는 얼굴을 동시에 캡처해 미소를 인식하고 점수를 매기는 ‘스마일랭킹’ 게임에는 소니 카메라에 적용된 ‘스마일샷’ ‘얼굴인식 기능’ 기술이 들어갔다.
빠른 기술 변화를 놓치지 않는 건 과학관 운영의 중요한 방침이다. 특별한 때가 아니면 모든 콘텐츠는 1년 ‘시한부’가 원칙이다. 소니 엔지니어, 과학교사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콘텐츠를 결정한다.
하야미 미쓰오 SES 부관장은 “고음질 하이레졸루션(HRA) 등 최신 기술경향을 반영하고 있다”며 “소니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라이트존 ‘픽셀 와이프’와 ‘디지털 이미지 DJ’에 각각 놓인 소니 65인치 4K TV ‘브라비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TV 앞에서 지우개 모션을 취하거나 원판을 돌리며 화면 해상도와 색상 변화를 보도록 해 TV 영상 개념을 알 수 있도록 했다. 16×9에서 4K(3840×2160)까지 8단계로 선명해지는 해상도를 보며 4K 우수성과 일본의 4K 기술력을 깨달을 수 있다.
하야미 부관장은 “소니가 잘하는 기술을 활용했지만 필요한 때에는 외부 기술도 적극 사용했다”며 “SES는 소니 홍보관이 아닌 과학 체험장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영상, 음향,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뛰놀며 즐기도록 따로 동선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SES 운영주체는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소니 CSR팀이다.
SES는 이부카 마사루 소니 창업자에 의해 1959년 시작된 ‘소니 사이언스 프로그램’ 일환이다. 이부카 창업자는 “후손을 위해 어린이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어린이 대상 과학교육 사업을 펼쳤다. 한국에서도 소니코리아 ‘소니 에코 사이언스 스쿨’ 등을 통해 명맥을 잇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과학교육 우수사례로 벤치마킹한다.
소니 사이언스 프로그램은 ‘발견’ ‘탐험’ ‘영감’ ‘혁신’ 네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SES는 2002년 ‘발견’을 기치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3D 영상 구현이 가능한 ‘사이언스 시어터’를 활용한 과학강연, 소니 엔지니어와 함께 제품을 분해·조립하며 원리를 깨닫는 워크숍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나머지 세 주제도 뒷받침한다.
지난 7월에는 누적 방문객 수 180만명을 돌파하며 모범적인 과학관 운영사례로 자리 잡았다. 15세 이하 300엔, 16세 이상 500엔의 입장료 징수는 지속 가능한 운영과 보다 많은 사회공헌을 위한 투자다. 소니 핸디캠, 캠코더 등 고가의 실 제품을 직접 촬영, 분해, 조립하는 체험활동을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하야미 부관장은 “연간 10만여명의 어린이가 SES를 찾고 그 수도 계속 늘고 있다”며 “‘어린이에게 과학을 선물하자’던 이부키 창업자의 정신을 계속 잇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쿄(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