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는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구매할지, 이사를 가지 않는 대신 올라간 전셋값을 부담하면서 계속 살지, 아니면 전셋값에 맞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고민한다. 직장까지 출퇴근 거리, 자녀들 학교문제, 주변 거주환경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공무원 심정은 계약 만료를 앞둔 전세 세입자 마음과 비슷하다. 세종시 이전 문제가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에선 미래부 세종시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연일 쏟아낸다. 지역 국회의원, 지역 시민단체, 지역 언론 등이 조속히 옮기라고 요구한다. 반면에 현재 미래부가 있는 과천 지역 정서는 또 다르다. 과천지역 국회의원과 상인들은 미래부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감사에 돌입하면서 세종시 이전과 반대 의원 목소리가 국회 안에서도 부딪친다.
문제는 정작 세입자인 미래부 공무원 조차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데 있다. 사실 미래부는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세종시 이전 여부가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2년여가 흘렀다. 이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이전 논란이 불거졌다. 언젠가 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채 계속 근무해온 셈이다.
물론 미래부 내에는 세종시 이전을 원하는 사람도, 반대로 과천에 잔류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는 언제 어디서 근무하게 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이사에 대한 원칙만 세워주면 된다. 이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니 세종과 과천 간 지역 갈등이 유발되고, 소모적 논쟁이 벌어진다. 먼저 이전 여부를 결정하고, 만약 이전해야 한다면 언제 이전할지 등 계획을 세워 공개하면 된다. 그래야 미래부 공무원들이 불안한 세입자 심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