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인텔과 마이크론이 발표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로 들썩였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만 결합했다는 이 새로운 기술이 기존 메모리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이목이 집중됐다.
반도체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차세대 메모리 중 하나인 상변화메모리(P램) 일종으로 해석했다. 무엇보다 인텔은 P램 물질 원천기술을 보유한 오보닉스와 이미 약 30여년간 공동 개발하며 지난 2002년 4Mb 용량 P램 시제품을 낸 경험이 있다. 3D크로스포인트로 오랜 P램 연구개발의 결실을 앞둔 셈이다.
P램은 메모리 재료에 전류를 가하는 시간에 따라 재료를 결정질 상태로 변화시키고 다시 급속히 냉각시켜 비정질 상태로 변화시키며 데이터를 기록한다. 전류의 크기에 따라 물질이 저항이 높은 액체 형태가 되기도 하고 저항이 약한 고체 형태가 되기도 한다.
P램은 차세대 메모리인 STT-M램과 R램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된 기술이다. 삼성전자도 2006년 세계 최대 용량의 512Mb 시제품을 개발했고, 2010년께 해외 피처폰 제조사에 일부 납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규모 공급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가뜩이나 적은 국내 P램 연구 풀도 더 줄었다. 그 사이 인텔은 마이크론과 연합해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 기존 D램·낸드플래시 시장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미래 반도체 소자 개발사업에서 추진하는 P램 기술개발 사업은 P램의 특성을 관측하고 최적의 새로운 공정을 만드는 내용이 골자다. 이미 국내 기업이 상용화 경험을 보유했고 대용량으로 상용화를 준비하는 해외 기업이 있는 만큼 차세대 메모리 중 양산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한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조만호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P램은 기존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성된 반도체 구성 체계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반도체의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낸드플래시는 테라바이트급 대용량을 구현하려면 소프트웨어로 읽기·쓰기 속도 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P램은 자체 기술만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일부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등에서 P램은 지속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일본은 기업이 참여한 대규모 국책과제로 새로운 물질 형태를 갖춘 P램을 개발 중이다. 차세대 P램으로 기존 연구를 뛰어넘는 더 나은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는 이번 미래소자 개발 사업으로 기업이 고성능 P램을 양산할 수 있게끔 기술을 지원한다. 원자층증착(ALD)을 이용한 P램 핵심 공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각 공정마다 결과물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까지 마련해 정확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조만호 교수는 “최적의 공정과 평가법을 기업이 찾아낼 수 있도록 여러 ALD 재료·장비 등을 조합한 라이브러리를 다양하게 제공할 것”이라며 “기업이 최적화하는 시간을 상당히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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