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정부·정치권·경제계 일제히 애도…조문행렬 이어져

김영삼 전(前) 대통령 서거에 정부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경제계 등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 쓰러졌다며 애도했다. 정부는 26일까지 닷새간 국가장을 치르기로 하고, 26일 영결식을 거행한다. 22일 아침 일찍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각계 인사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상주인 김현철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상주인 김현철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순방 중 보고를 받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정부는 관련법과 유족 뜻을 살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의결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김 전 대통령 유족 측과 국가장에 합의하고 낮 12시께 정부 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장례 절차를 심의했다. 국가장은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면 재가를 받아 확정된다.

장례명칭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으로, 장례는 26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법에 따라 장례위원회가 설치되며, 위원장은 관례대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는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된다. 안장식은 영결식 종료 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다. 국가장 기간에는 조기(반기)가 게양된다. 정부 대표 분향소는 국회의사당에 마련되며, 재외공관에도 분향소가 설치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큰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큰 별이자 문민정부 시대를 연 김 전 대통령 서거를 가슴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추도 논평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 시절 23일간 단식투쟁을 하는 등 온몸을 다해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며 “14대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는 금융실명제 실시와 하나회(육군사관학교 출신 인사 사조직) 척결 등 우리 사회 개혁을 위해서도 강단있게 일하셨다”고 평가했다. 김무성 대표도 “민주화 운동의 영웅이 돌아가셨다. 그 분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열정은 영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 거목으로,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큰 지도자였다”며 “온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한 고인의 말은 독재타도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민중 염원을 담은 시대적 명언으로 기억한다”며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전개하는 등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 구심점으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예정된 모든 정치일정을 취소하고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합동 조문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대한민국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며 “우리 국민은 김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여사는 23일 직접 조문할 예정이다.

경제계 애도도 이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김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가는 데 이바지했다”며 “생전의 업적을 기려 우리 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김 전 대통령은 금융·부동산 실명제를 도입하며 경제개혁을 이끌고 사회 부정부패 척결에도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며 “경제계는 변화와 개혁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고인의 큰 뜻을 기리며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에는 이른 시간부터 각계 인사와 일반인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 상도동계 인사가 일찍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임시국무회의 직후 국무위원들과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희태 전 국회의장, 한광옥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문정수 전 부산시장, 유종하 전 외무장관,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동관 전 청와대홍보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유도재 전 총무수석, 정재문 전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날 새벽 오병희 서울대병원 원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직접적 사인이 쇠약한 몸 상태에서 발생한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이라고 확인했다. 오 원장은 “현재로서 사망에 이른 직접적 원인은 허약한 전신 상태에서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이 겹친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 원장은 또 “고인께서는 과거 반복적인 뇌졸중과 협심증 및 폐렴 등으로 수차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며,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반신불수를 동반한 중증 뇌졸중과 폐렴으로 입원한 바 있다”고 전했다.

故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0시22분 영면에 들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