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기업 공세에 대만 정보기술(IT) 기업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3일 닛케이산업신문은 중국 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대만 기업 인수합병(M&A)을 강도높게 추진하면서 대만에서는 핵심 기술유출과 중국 경제 의존도 심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유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이 10월 반도체 메모리 실링·검사업체인 대만 파워텍 지분 25%를 194억 대만달러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오르면서 우려가 시작됐다.
대만 IT기업은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 스마트폰 수요 감소, 중국 경쟁사 공급 과잉 등으로 가격 경쟁력 저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올해 IT부문 침체로 대만 경제는 악화됐다. 수출은 2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9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 중이다. 대만 IT 전문가는 중국 투자로 대만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리스 창 대만 TSMC 회장은 11월 초 “중국 기업 투자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중국에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는 미디어텍도 칭화유니그룹에서 인수제안이 있었으며 받아들일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중국기업 대만 IT산업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대만 수출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 규제는 엄격하다. 미디어텍 등 반도체 설계 기업 출자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과 반도체 실링·검사 기업 출자는 인정하지만 과반수 주식 취득은 불가능하며 출자는 당국 허가가 필요하다.
대만과 중국 협력이 긴밀해지면 대만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궈타이밍 혼하이정밀공업(폭스콘) 회장은 인터뷰에서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을 “시장 투기꾼”이라고 혹평하고 “대만은 중국에 너무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랜디 에이브람스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유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은 제휴로 단기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쟁 업체에 기술이전을 가속화하고 중국 기업이 기술차이를 줄여 상품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 일부 IT 대기업 실적은 올해 침체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와 치열한 경쟁으로 최근 분기 총 이익률이 42.7%로 지난해 48.8%에서 크게 하락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는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에 밀려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