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타 부품 업계가 전방산업 침체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PC, 액정표시장치(LCD) TV는 성숙 산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성장이 멈췄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쁘면 연간 출하량이 역성장하는 모습도 보인다. 매년 30~50% 출하량을 늘려 온 스마트폰 성장세도 꺾였다. 성장은 하겠지만 ‘고성장’은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부품을 더 찍어 낼 동인이 없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작년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8% 감소한 2억8870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PC 출하량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년에는 출하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다는 밝은 전망이 나오지만 세계 경제 침체가 계속된다면 이 전망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LCD TV는 2011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LCD TV 출하량은 2억2433만대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올해도 신흥국 환율 하락에 따른 현지 소비심리 감소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믿고 있던 스마트폰도 성장률이 꺾였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작년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10% 중반 성장한 14억7000만대 수준으로 추정했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은 30~40%씩 성장했지만 최근 성장률이 둔화됐다. 올해는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살 만한 사람은 다 샀다는 것이다.
시장이 포화 상태라면 교체 수요를 끌어내야 한다. PC는 4~5년, TV는 7~10년, 스마트폰은 2~3년 마다 교체 주기가 돌아온다. 문제는 최근 들어 교체 주기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쓰는 것을 빨리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혁신 제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방 산업계도 어려움을 겪는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0.2% 감소한 3351억68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확정 발표했다. 올해도 큰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PC 수요 침체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스마트폰 출하 성장세 둔화로 메모리 분야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WSTS는 올해 메모리 시장 매출액이 전년 대비 8% 가깝게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D램 가격은 지난해부터 지속 하락세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 온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SK하이닉스는 올해 부진한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기술이 뒤처진 미국 마이크론은 이미 다음 분기 적자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디스플레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 업체가 공급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D램과 마찬가지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올해 TV 출하 부진, 경쟁 격화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대형 LCD 사업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분야는 조명 시장 확대라는 호재에도 중국 업계의 공격적 증설로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수요는 좋지만 공급 증가량이 너무 많다.
업계 관계자는 “PC, TV,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거나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품 업계는 신규 수요처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부품 업계는 자동차와 웨어러블 등을 포함한 사물인터넷(IoT)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은 공급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IoT는 아직 시장이 본격 열리지 않았다. 시장이 열리더라도 다품종 소량생산용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공급 단가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