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부품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빅바이어` 역할을 해 온 애플의 구매력 약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우리나라 기업에서 구매하는 주요 부품으로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카메라 모듈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메모리), LG디스플레이(LCD), LG이노텍(카메라모듈)이 애플과 거래하는 곳이다. 애플이 구매하는 한국 부품은 연간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애플 제품의 판매 부진은 국내 부품 업계에 대형 악재다. 판매 감소는 곧 애플의 부품 구매 축소를 뜻해 실적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는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5620억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PC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침체된 것이 원인이다. 마지막 보루와 같던 애플도 꺾이면서 여기에 보탰다. 삼성전자도 소폭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영향으로 모바일 패널 매출이 줄었다. 1분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모바일 비중이 전 분기 대비 9%포인트 줄어든 23%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고 있는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부터 애플의 영향을 받기 시작, 관련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 분기부터다. 이런 추세가 쉽게 반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더 큰 우려가 있다. 애플은 다음 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다.
애플은 6월 마감인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매출 410억∼43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3분기에도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부품 업계의 시각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 패널 최대 고객사인 애플 물량이 4~6월에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전의 기회는 있다. 애플이 9월에 출시하는 신형 아이폰이 기대주다.
애플은 격년을 주기로 디자인과 성능을 대폭 개선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올해가 크게 바뀌는 해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듀얼 카메라 등 신기술을 대거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5.7%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포화 상태에서 애플이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라 오비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애플 실적 발표 이전에는 애널리스트들이 애플의 내년 매출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다들 자신이 없어졌다”면서 “오는 9월의 아이폰 신모델 발표에 모든 희망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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