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채권 은행 등을 중심으로 부실을 털어 내기 위한 방법들만 업계를 휘감고 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이야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어떻게 재편돼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빠져 있다. 구조조정과 동시에 업종별로 글로벌 경쟁 상황, 수요 전망, 연구개발(R&D) 전략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분명 산업부의 몫이다.
이런 와중에 수출은 사상 최장 기간인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잠깐이나마 회복에 대해 기대하게 한 수출 감소율은 다시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산업부는 수출 감소 배경으로 유가 하락,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등 매번 똑같은 원인 분석만 되풀이했다. 올해 초에 들어서야 주력 품목별로 경쟁력 변화 추이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실기(失期)를 인정한 셈이다. 이미 1~2년 전부터 시작됐어야 하는 작업이다.
산업부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배경은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빅딜을 주도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현 정부 들어와 산업부가 장기 산업 정책을 짜는데 소홀히 했다는 내부 직원들의 진단과 반성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별 보고서를 내겠다는 산업부의 방침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구조조정 방안이 구체화되고 난 뒤에 나오는 보고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은 기자만의 시각이 아니다. 트라우마로 주저하는 동안 다시 한 번 산업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라도 산업부의 주도적 역할과 속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