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은 `맞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vs삼성전자` 특허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은 수년간 애플과 특허 분쟁을 경험한 만큼 소송 전략이 화웨이보다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삼성이 더 잃을게 많다는 평가도 나왔다. 스마트폰 선두주자여서 후발주자인 화웨이가 짠 `판`에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특허 경쟁력과 제품 디자인 지식재산권(IP)으로 승부수를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삼성, 미국 등록 특허 화웨이의 8배
삼성은 지난 10년간 미국 특허청(USPTO) 특허를 꾸준히 등록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만8200여개 특허를 등록했다. 2005년 1590개 수준이던 연간 특허 등록 건수도 상승세를 보여 지난 한해만 4861건을 등록했다.
특허 소송 척도가 되는 미국에서는 일단 삼성 특허 포트폴리오가 우세하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지난 10년간 USPTO에 등록한 특허 건수는 4592건이다. 매년 등록건수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절대치에서 삼성전자에 뒤처진 상태다. 삼성 특허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돼 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겠지만 화웨이가 제소한 특허 항목 권리 범위가 이미 삼성 특허 권리 범위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삼성이 이를 총알로 삼아 화웨이에 반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 반격은 디자인 분야에서 두드러질 수 있다. 지난해 등록한 특허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삼성은 1424건 디자인을 등록했다. 화웨이가 5건 디자인 권리를 획득한데 비해 절대적으로 앞서는 수치다. 매입 디자인도 삼성은 지난해만 14건을 사들였지만, 화웨이는 디자인 쪽 권리를 매입한 사례가 없다. 삼성이 화웨이에 비해 디자인 특허 쪽이 훨씬 강하다는 의미다. 기술 모으기에만 급급했던 화웨이가 삼성 디자인 포트폴리오 공세에는 취약할 수 있다.
삼성 디자인 특허는 애플과 특허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다. 삼성은 2008년 하드웨어 디자인 특허를 집중 등록했다. 이후에는 반도체·통신 분야 특허 등록에 집중했다. 애플과 삼성 특허 소송이 시작된 2011년 이후 디자인 특허 등록을 늘렸다 2014년 한해 501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특허 등록 중첩 분야, 삼성 대비 필요
애플과 전면을 치뤘던 삼성전자 지식재산(IP)팀은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2011년 당시 삼성전자 IP센터는 센터장인 안승호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해 450여명 특허 전문인력을 보유했다. 변리사 수는 200여명 수준이었다. 애플과 소송전이 시작되면서 대규모 인력 채용도 추진했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전자·전기·통신 분야 전문성을 가진 변리사를 100여명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애플과 소송이 일단락되면서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분쟁의 불길이 사그라지자 대규모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IP업계 관계자는 “애플 소송 이후 삼성전자에서 빠지는 인력도 종종 나왔다”며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화웨이와 소송을 비롯해 중국 특허 공세를 막기 위해서 인력 자원을 확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애플과 구글 등 미국 기업과는 많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만큼 위험 요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화웨이를 필두로 수많은 중국 기업이 2차, 3차 특허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화웨이 특허 등록 추세를 분석해도 특허 소송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등록 특허 기준으로 삼성과 화웨이 주요 특허 등록 분야는 겹친다. 특정 기술의 권리 범위를 두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2015년 삼성의 기술 특허 등록 분류를 보면 가장 많은 기술 분야는 컴퓨터 기술(1003건)이다. 디지털통신(767건), 반도체(756건), AV기술(458건), 이동통신(344건) 순이다. 화웨이는 디지털통신(384건) 분야 특허를 가장 많이 등록했다. 이동통신(114건), 컴퓨터 기술(8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이번 소송은 이동통신 분야에 집중됐지만 향후 제품에 따라 다양한 특허 공격을 가해올 수 있다”며 “두 회사가 집중하는 기술 분야가 중첩되는 만큼 분쟁의 불씨는 계속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이강욱 IP노믹스 기자 w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