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드라마, 무거우면 시청률도 가라앉을까? /완

출처=KBS '뷰티풀 마인드' 포스터
출처=KBS '뷰티풀 마인드' 포스터

[엔터온뉴스 진보연 기자] 요즘 월, 화요일 안방극장은 오후 10시가 되면 병원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지난 20일 동시에 베일을 벗은 SBS ‘닥터스’와 KBS2 ‘뷰티풀 마인드’는 의학드라마라는 같은 장르에서 시작했지만 각각 다른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두 작품의 시청률 격차 또한 크다.

방송 첫 주, 흥행 승기는 ‘닥터스’가 선점했다. 12.9%의 시청률로 시작한 ‘닥터스’는 2회에서 그보다 1.3%포인트 오른 14.2%를 기록했다. 반면 ‘뷰티풀 마인드’는 1회 4.1%, 2회 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출발을 알렸다.

예상보다 저조한 반응에 지난 27일 오후, ‘뷰티풀 마인드’는 본방송 직전 1.2회를 압축한 리부트 버전을 편성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는 시청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2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7일 오후 방송된 ‘뷰티풀 마인드’ 3회는 지난 방송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4.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닥터스’는 시청률 14.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뷰티풀 마인드’는 비록 시작 전, 배우들의 캐스팅 문제 등으로 다소 잡음이 있었지만 첫 방송 후 촘촘한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의 삼박자를 갖추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조금은 식상해진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들에 싫증을 느낀 이들에게 오랜만에 등장한 전문적인 의학드라마는 단비처럼 느껴졌을 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시청률로 이어지지 못하고 월화극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꽤 오랫동안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안방극장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처참한 성적임은 분명하다.

‘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는 모두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의학드라마지만 이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닥터스’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된 두 남녀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불량학생이었던 유혜정(박신혜 분)이 서울대 의대 출신의 학교 선생님 홍지홍(김래원 분)을 만나 성장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을 그리는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다. 반면 ‘뷰티풀 마인드’는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적 모습을 띄고 있다. 천재적인 수술실력을 가졌지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신적 핸디캡을 가진 의사 이영오(장혁 분)와 불의를 참지 못하는 불도저같은 교통과 순경 계진성(박소담 분)이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출처=SBS '닥터스' 포스터
출처=SBS '닥터스' 포스터

한 드라마 관계자(KBS 드라마국 이동기 차장, 익명)는 “전문성을 띄는 의학드라마에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가 결합된 작품이라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다. 또한 그리 밝지 않은 요즘 사회 분위기 때문에 대중들이 밝고 너무 무겁지 않은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것도 (시청률 부진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한 매체는 ‘함부로 애틋하게’ ‘공항가는 길’의 후속이 될 KBS 수목드라마 편성을 놓고 경쟁하던 ‘얼음의 세계’와 ‘야만의 열기’가 모두 편성 불발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KBS 드라마국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며, 계속 논의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야만의 열기'는 KBS '비밀'을 집필한 유보라 작가의 작품으로 살아남기 위해 나쁜 놈이 된 형과 형을 잡아야만 하는 엘리트 형사가 된 동생이 15년의 세월을 넘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돼 재회한 뒤 생긴 일을 그린 드라마다.

'얼음의 세계'는 1999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됐던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얼음의 세계'는 방영 당시 일본 사회에 만연했던 보험 살인사건을 소재로 돈과 인간의 생명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아 화제를 모았다.

아직 ‘얼음의 세계’와 ‘야만의 열기’ 편성이 불발된 것은 아니지만 월화드라마인 ‘우리집에 사는 남자’의 편성이 거의 확정된 것과 비교했을 때 이들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진보연 기자 hellojby@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