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중국 상하이에 거점을 둔 AMEC(Advanced Micro-Fabrication Equipment Inc)의 식각 장비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기대 이하 성능, 정보 유출 우려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AMEC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출신인 제럴드 인이 2004년에 창업한 회사다. 엔지니어 대부분이 어플라이드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중국 내에선 내로라하는 전(前) 공정 반도체 장비 업체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2D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M11, M12)에 AMEC의 식각 장비인 `프리모`를 여러 대 공급받았다. 그러나 3D 낸드플래시 생산용 `프리모 플러스`는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지난해 9월 성능 평가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당시 이천 R3 연구소에서 테스트한 장비를 반납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프리모 플러스 한 대를 재차 공급받았지만 이는 기존의 2D 장비를 3D 생산용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가를 타진하기 위한 용도였다. 추가 구매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업계 관계자는 4일 “3D 낸드플래시 식각 공정은 난이도가 다 다른데 AEMC 장비는 SK하이닉스가 원한 고난도 공정에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올해 새로 공급받는 장비는 낮은 난이도의 3D 낸드 식각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AMEC와의 거래를 잠정 끊는 표면 이유는 성능 부족이지만 업계에선 정보 유출 우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장비 공급과 유지·보수, 성능 향상 등의 이유로 AMEC의 영업 담당자나 엔지니어 등과 계속 접촉하다 보면 핵심 공정 기술의 방향성, 생산량, 투자 정보 등 기밀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3D 낸드플래시 생산 체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중국 창장춘추과기(YRST)가 미국 마이크론과 기술 제휴를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YRST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국영 반도체 회사인 우한신신(XMC)을 인수해 세운 회사다.
식각은 증착 공정 후 웨이퍼 위로 얹어진 각종 박막을 화학 반응으로 깎아 내는 공정이다. 배선을 위해 구멍(Hole)을 뚫거나 라인 패턴을 새길 때 식각 공정이 수행된다. 대체로 더 작고 깊은 구멍을 뚫거나 더 좁은 패턴 간격을 지원하는 식각 장비가 고급이다. 세계 식각 장비 시장은 미국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장악하고 있다. 메모리 셀을 위로 쌓아서 만드는 3D 낸드플래시 생산에는 증착, 노광보다 식각 장비가 더 중요하다. 식각 장비 전문인 램리서치의 회사 가치가 근래 몇 년 사이 높아진 것도 3D 낸드플래시 시장이 개화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장비 자회사인 세메스와 어플라이드 출신 김남헌 사장이 2002년에 설립한 APTC 정도가 식각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세메스는 삼성전자, APTC는 SK하이닉스에 각각 장비를 공급한다. 국내 장비 업체의 식각 장비 역시 높은 신뢰성을 요하는 3D 낸드플래시 공정에선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능을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