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긴급속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전한 주요 외신도 향후 대한민국 정치 상황에 큰 관심을 보였다. 외신은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하야`를 바라는 국민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 및 경제 개혁 요구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들은 탄핵 후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에도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인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한 집회 참석자의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정치와 경제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AFP통신은 “대규모 집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축제 같았고 시민들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군중 수천명이 노 대통령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했지만, 오늘은 반대로 시민들은 자부심이 넘쳤고 망가진 한국 민주주의를 매주 대규모 집회를 통해 손수 바로잡았다고 믿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헌재 심리와 관련해서는 “2004년엔 탄핵에 이를 만큼 사안이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탄핵안을 기각했지만, 이번에는 혐의가 훨씬 중대하므로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탄핵 이후 박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렸다며 집회소식을 전했다. 별도 영문 피처 기사를 통해 “현대사에서 한국 시민들은 새 시대를 향한 희망이 군인들의 독재에 빼앗기는 것을 목격해왔다”면서 “거리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새 시대를 의미하는 `서울의 봄`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NHK, 아사히 등 일본 언론도 탄핵안 가결 이후 촛불집회 소식을 전했고, 박대통령 즉각 퇴진이나 구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NHK는 “참가자들은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며 탄핵 가결을 기뻐했다”며 “야당이 박 대통령에 대한 혹독한 여론을 의식해 정부·여당과 대립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국정 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도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한복판에 수만 명이 운집해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탄핵에 기뻐하는 시위대 외에도 탄핵에 반대하는 1만5000여명의 박대통령 지지자도 집회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CNN 방송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정치지형 변화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등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함의를 분석했다. CNN은 진보정권 집권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국의 진보정권은 북한 제재에 집중해온 박근혜정부와 달리 북한을 외교적으로 좀 더 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해 온 중국 쪽에 한국이 더 가까이 다가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별도 사설에서 한국인들이 부패가 경제성장의 필요악이라는 인식을 정치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의 곤경은 한국 정치시스템 결함의 징후”라면서 “한국인들은 분노와 울분을 분출한 이후엔 부패가 경제성장의 불가피한 대가라는 인식을 정치에서 청산하는 어려운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인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성향은 항상 우려의 대상이었다. 아버지의 나쁜 점만 물려받고 좋은 점은 물려받지 못했다”며 “그가 국가를 강압적으로(with a heavy hand) 통치했고 이는 한국에 이득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