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조작된 도시’] 액션·복수·범죄, 익숙한 세 가지에 더해진 상상초월 신선함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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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조작된 도시’를 향해 현실적인 시선을 가지고 접근하는 순간, 이 작품은 힘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대신, 하나의 만화책을 본다고 생각하면 보는 이의 몰입감은 배가 된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박광현 감독은 자신이 펼쳐낼 수 있는 범주에서 신선함과 대중성을 함께 장착해 돌아왔다.

팀원들을 이끄는 권유(지창욱 분)는 완벽한 리더다. 하지만 현실이 아닌 FPS게임 안에서 국한되어있으며 현실 속 권유는 PC방에서 거주하는 백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도중, PC방에 놓고 간 휴대전화를 가져다주면 사례금을 건네겠다는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이후 여자가 사체로 발견되고, 권유는 순식간에 살인범으로 몰린다. 아무런 힘이 없는 권유는 설상가상의 상황만 이어지고, 극단적 결심을 하기까지 이른다.



권유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게임 속 친구들. 대장으로써 탁월하게 팀원들을 보듬어준 덕에, 그들이 현실 밖으로 나와 직접 권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도, 승리와 패배를 수도 없이 오가며 게임보다 더 게임 같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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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의 평가가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지루할 틈은 없을 듯 싶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개연성, 현실성을 추구한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실소를 터뜨릴 수 있다. 그러나 영화적 허용 범위를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고, 게임 세계관을 차용한 모습을 이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다.

복수를 통해 권력을 몰락시키는 과정이 얼핏 사회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가질 수 있으나, 결코 인물들의 엄청난 전략과 설계들로 사회고발성을 그려낸 작품이 아니다. 유려한 CG와 SF에 가까운 공상적인 연출을 더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유쾌한 하이스트 무비다. 조금 더 과장을 하자면, 할리우드의 작은 영화 버전이 될 법도 하다. 스크린에 구현된 민 변호사(오정세 분)의 빅데이터 묘사는 흔히 우리가 할리우드 작품에서나 봤을 만한 CG다. 특히, 현란한 액션에 연이어 쏟아지는 카체이싱은 가히 장관이다.

하지만 권유의 지원군 여울(심은경 분)의 천재적 해킹 능력은 전혀 막힘이 없고, 특수효과팀 막내인 데몰리션(안재홍 분)의 허술하지만 완성도 높은 무기(?)와 능력은 다소 긴장감을 떨어뜨려 아쉬움을 자아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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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크린 주연 데뷔인 지창욱은 줄곧 액션 연기를 해온 인물답게, 세련된 몸짓을 선보였다. 심은경은 언론시사회에서 “우리나라 액션 연기 1인자”라고 극찬하기도. 또한 액션 뿐만 아니라 밑바닥까지 내려앉은 권유의 감정을 깊은 눈빛으로 표현해내, 그의 상황을 집중할 수 있게끔 한다. 진한 스모키 화장과 강렬한 패션으로 비쥬얼적으로도 변화를 꾀한 심은경은 ‘조작된 도시’에서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오히려 여울이라는 캐릭터가 능동과 수동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에 존재하지만 심은경의 연기만큼은 기존의 모습을 지우는 데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힘을 보이는 배우는 단연 오정세다. 반전이 있는 인물로,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감정의 폭을 연기해야한다. 지금껏 코믹한 연기의 달인으로 대중에게 낙인(?)되어있던 오정세는 ‘조작된 도시’를 통해 더 넓은 소화력을 지닌 배우임을 입증했다.

박 감독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의 쏟아지는 팝콘 비처럼 ‘조작된 도시’에도 색다르고 아기자기한 연출 요소를 담아놓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독특한 장치들을 찾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2월 9일 개봉 예정.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