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이주희의 감독코드] 한재림,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힘

[ON+이주희의 감독코드] 한재림,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힘
[ON+이주희의 감독코드] 한재림,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힘
글 : 이주희 기자/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주희 기자/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한재림 감독은 지난 2005년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했다. ‘연애의 목적’에서는 연애를 통해 복잡한 인간관계를 그려냈고, ‘우아한 세계’에서는 조폭을 통해 대한민국 가족의 자화상을, ‘관상’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위트 있게 표현해냈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모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인감독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특히 ‘관상’은 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그의 최대 장점은 무거운 내용을 결코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을 자연스러움과 과장스러움 두 가지로 나눈다면, 한재림의 영화 속 인물들은 과장된 느낌이 있다. 인물을 극대화 시켜서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경쾌하고 위트 있는 인물과 대사들은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도록 해주고, 그들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감독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글 : 이주희 기자/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주희 기자/ 디자인 : 정소정

◇ ‘우아한 세계’

-줄거리

조직에 몸을 담고 있지만, 집에서 만큼은 보통 아빠인 강인구(송강호 분), 그는 정원이 딸린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가족들은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 과거 자신을 구제해준 큰 형님인 노 회장(최일화 분)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그 동생인 노 상무(윤제문 분)는 얌체 짓을 한다. 조직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상황에서 그를 도발하는 노 상무를 죽이게 된다. 결국 강인구는 노 회장을 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주목할 점

1. ‘우아한 세계에 살고 싶은, 우아하지 못한 남자’ = 우리 아버지
주인공의 세계엔 은은한 클래식이 아름답게 흐르지만, 결코 우아하지는 않다. 물론 강인구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 대부분의 행동은 저질스럽다. 딸(김소은 분)의 학교를 찾아가서도 선생님에게 룸살롱 쿠폰을 선물로 주고, 조폭 행세를 한다. 이런 아버지이지만, 딸이 좋아하는 고기만두를 사기 위해 고생하고, 같이 살 수 있는 정원 달린 집을 준비하거나 아이들의 유학준비를 위해 힘쓴다. 하지만 딸은 아버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기장에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쓴다. 마침내 강인구는 큰 집을 마련하지만, 그곳에 함께 할 가족들이 없다.

2. 안 좋은 상황으로만 흘러가는 ‘웃픈’ 이야기
그의 의도대로 되는 것은 없다. 처음 회장의 동생 노 상무(윤제문 분)에게 화가 나서 달려들지만, 우연한 사고로 노 상무가 정말 죽어버린다. 그렇게 차를 세우고 있을 때, 노 회장이 다가온다. 1차선이라 차를 뺄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는 그의 모습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자아낸다.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캐나다에서 가족들의 비디오가 택배로 온다. 라면을 먹으면서 계속 테이프를 돌려 보던 강인구는 너무 슬퍼져 그만 라면 그릇 던지고 마는데, 난장판이 된 집안을 치울 사람은 본인뿐이다. 비디오를 힐끔힐끔 보면서 치우는 그의 모습은 슬프고도 웃기다.

글 : 이주희 기자/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주희 기자/ 디자인 : 정소정

◇ ‘연애의 목적’

-줄거리

교사인 유림(박해일 분)은 교생으로 들어온 최홍(강혜정 분)에게 만나자마자 음담패설을 늘어놓는다. 두 사람 모두 결혼할 사람이 있지만, 유림은 최홍에게 연애만 하자고 요구한다. 하지만 집 대문에 자물쇠만 세 개인 이 여자에게는 말 못할 상처가 있다. 유림과 최홍은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진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주목할 점

1.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다시 믿고 사랑하고…‘인간관계’의 복잡함
최홍은 사랑을 못 믿는다. 대학생 시절, 친한 친구에게 유부남 애인이 있었고, 그 유부남은 친구가 미쳤다는 소문을 냈었다. 결국 친구는 죽어버렸고, 최홍은 충격을 받았다. 이야기를 들은 유림은 뻔한 스토리에 속고 자살한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최홍은 독해서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죽었다는 친구 이야기는 최홍 본인 이야기였다. 평탄한 연애를 해온 유림과 상처 가득한 연애를 했던 최홍, 그래서인지 최홍은 유림을 방어하지만, 유림은 본인 다칠 것 생각 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이후 학교에서 최홍과 유림이 사귄다고 소문이 나는데, 사람들은 최홍의 과거 소문을 퍼트리며 더 험한 소문을 만들어낸다. 예전과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자, 유림은 상황을 막기 위해 최홍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유림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상황만 알게 된 최홍은 유림 또한 전 남자친구와 같은 사람이라 판단하고, 유림이 자신을 성추행 했다고 증언한다. 결국 유림은 직장에서 잘리고 전전긍긍하면서 산다. 이후 유림은 자신을 찾아온 최홍에게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한테 그랬냐. 나는 너 좋아한 죄밖에 없다. 너 이후로 여자를 믿을 수 없다. 네가 나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 말한다. 배신을 당해본 유림에게 최홍은 “그러니까 내가 책임질게”라고 말한다.

2. 사랑 = 연애 = 결혼 ?!
사랑하면 연애하고, 연애하면 결혼한다. 순서대로 벌어지는 단계 같지만, 주인공들의 결혼과 연애 사전에는 사랑이 없다. 유림과 최홍은 결혼할 애인이 있지만, 그들을 만나는 이유는 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림은 사랑하지도 않는 최홍에게 연애를 요구한다. 결혼의 목적은 안정적인 생활이고, 연애의 목적은 즐기는 것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최홍은 유림의 옆에서 불면증을 치유하고, 최홍의 존재를 여자친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유림은 최홍의 연락에 바로 여자친구를 두고 갈 정도로 진짜 사랑을 알게 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