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12년 전 그가 남긴 유서…”안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게 돼버렸어”

이은주, 12년 전 그가 남긴 유서…”안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게 돼버렸어”

 
故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지 12년이 흘렀다. 대중은 여전히 그의 청초한 미모와 남달랐던 연기력을 기억한다. 매년 그의 기일이 되면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이은주의 옛 모습을 추억하는 이들의 추모가 이어진다.
 


2005년 이은주는 자신의 집 드레스룸에서 목을 맨 채 숨졌다. 발견 당시 침대 위에 연필깎이용 칼과 혈흔이 발견됐으며 손목에는 자살 흔적이 있었다. 그는 ‘엄마, 미안해 사랑해’라는 혈서를 썼고, 이와 함께 장문의 유서를 남겼다.
 
이은주는 유서에 “엄마 사랑해. 내가 꼭 지켜줄꺼야.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어.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게 되버렸는데 인정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힘듦을 알겠어”라며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또한 “아빠 얼굴을 그저께 봐서 다행이야. 돈이 다가 아니지만 돈 때문에 참 힘든 세상이야. 나도 돈이 싫어. 하나뿐인 오빠. 나보다 훨씬 잘났는데 사랑을 못받아서 미안해. 나 때문에 오빠 서운한 적 많았을꺼야.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먹고 싶은것도 많았는데”라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은주는 끝으로 “가족끼리 한 집에서 살면서. 10년뒤 쯤이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다 해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가장 많이 가장 많이 사랑하는 엄마,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내가 꼭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라며 “고마웠어-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날 사랑해줬던 사람들-만나고 싶고 함께 웃고 싶었는데…일부러 피한게 아니야. 소중한 걸 알지만 이젠 허락지 않아서 미안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당시 이은주는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상담을 통해 우울증 완화제를 처방 받은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는 2004년 개봉한 영화 ‘주홍글씨’를 촬영하며 노출연기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진 기자 (leehj@etnews.com)